호모스테시스 vs 알로스테시스
항상성이란 '유기체가 내적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다. 그러나 우리 신체 조건의 어떤 것 조차도 딱 한 점에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체온, 혈류의 산-염기 균형, 산소함유량,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 심장 박동, 호흡, 혈류 내 포도당의 양, 지방으로 축적되는 열량 등 모든 것이 그렇다. 다만 이들은 아주 좁은 범위(때로는 넓은 범위) 안에서 고정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계속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그러한 개념을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 '알로스테시스'라는 개념이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자면 '내부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역동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스트레스(포괄적으로 내적 환경을 위협하는 그 어떠한 것)에 대응하는 두 가지의 시스템, 교감신경계와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활성화는 알로스테시스 분야에서 아주 잘 연구되어 있다.
얼룩말은 사자의 위협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그 즉시 스트레스 반응이 스톱되어 버릴 것이나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일을 곱씹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수시로 때로는 과대하여 걱정한다.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스트레스 유발이 가능한 것이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는 개념은 우리가 만성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일어나는 우리 몸의 상황을 아주 잘 설명해준다. 시험기간에 유독 학교 보건소에서 감기약을 처방받는 사례가 늘고, 유독 피곤하면 입 주위의 발진이 생기며, 혈압은 해가 갈수록 상승하고, 수면은 갈수록 얕아지며, 때로 흥분했다가 때로 우울해지기도 한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시나리오
알로스테시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바뀌는 시나리오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반복적으로, 누그러들지 않는 혹은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 결과 심장에 무리를 주고 면역계 능력은 약화되며 당뇨 같은 만성 질병에 이르는 과정을 촉발시킨다.
둘째는 스트레스 자체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이미 같은 자극에 오래 노출되었음에도 신체가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학교나 직장에 첫 출근을 한 날이나, 새로운 자리로 옮겨간 뒤, 수많은 군중 앞에 연설을 해야 될 때 같이 '도전' 의식을 불태워야 할 날들에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반응은 정상적인 것이나 대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트레스에 노출 횟수가 반복될수록 스트레스 반응은 점점 무뎌져야 한다. 이 또한 정상적인 적응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부적절하게 신체가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상황 종료' 되었다는 신호를 듣지 못한 채 알로스테시스 반응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다. 스트레스 상황이 끝났음에도 교감신경계와 HPA축의 활성이 기저상태로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이는 대부분 노화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했다든지, 굉장히 충격적인 스트레스로 해마의 퇴화가 일어난 경우에서도 그럴 수 있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는 스트레스 호르몬(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과다와 연관되어 있다. 수면 부족, 신경성 식욕부진증, 영양실조, 우울병적 우울증, 강박장애, 공황장애, 만성알코올 중독, 갑상선 기능 항진증, 쿠싱 증후군, 당뇨병,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이 이와 연관된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스트레스 반응이 불충분한 것이다. 즉 HPA축의 반응이 둔감해지는 것으로 혈중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수준이 낮다. 비전형적 혹은 계절성 우울증, 만성 피로 증후군, 섬유근육통, 갑상선 기능 저하증, 류머티스성 관절염, 알러지, 천식, 니코틴 금단 증상 등이 이와 관련된다.
'무배란 생리'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시나리오는 생리불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앞의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어떤 것으로든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만성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을 때,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뇌하수체의 LHRH에 대한 감수성을 억제하고, 난소에 작용하여 LH에 반응하지 못하도록 억제함으로써 배란을 위협한다. LH, FSH, 그리고 에스트로겐의 분비는 모두 감소하고, 난포기는 연장되며 전체 주기는 길고 불규칙해져 버리는 것이다. 심하면 배란이 정지해버리기도 한다.
그밖에도 갑상선 기능 항진증,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문제가 생리불순과 연관되기도 한다. 이는 블로그 우측 상단의 검색에서 '갑상선'과 '당뇨'로 검색해보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를 통해 알 수 있는 통찰은 이런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노력한다면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불순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1. 스트레스를 '지속적이고 만성적'으로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
2. '도전'을 즐거움으로 인식하고,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도록 훈련할 것.
3. 뇌(특히 해마)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여기를 클릭)을 할 것.
4. 술을 마시지 말 것(술은 HPA 축의 반응을 둔감하게 만든다)
5. 정서적인 네트워크(친구나 가족, 동료 모임)를 자주 갖을 것(여성에서 특히 도움이 되는 스트레스 해소는 수다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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