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주기(평균 28일)의 규칙성을 위협하는 인자들은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도 멜라토닌은 "빛의 노출 정도가 여성 생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해가 짧아지는 겨울이 해가 긴 여름에 비해서 생리주기가 더 길어진다는 것, 또 높은 위도에 사는 사람들보다 낮은 위도의 사람들에 비해 생리주기가 더 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쏟아져 나온 논문들에 의하면 그 모든 원인은 '멜라토닌' 때문이었다. 송과선에서는 망막을 통과하는 빛의 양에 따라서 멜라토닌의 합성이 조절된다. 즉 빛의 노출이 적으면 멜라토닌은 증가하고, 반대로 빛의 노출이 많아지면 멜라토닌은 감소한다. 당시 논문들에 의하면 이 멜라토닌이 시상하부에서 생식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 pulse generator(호르몬들은 대개 박동성으로 분비된다. 마치 맥박처럼 그 박동을 발생시키는 것을 pulse generator라고 함)의 활동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여성 생식의 가장 첫 단추인 시상하부에서부터 억제되는 것이다. 만약 초경 전후의 소녀라면 사춘기가 지연될 것이고, 성인이라면 배란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전체적으로 월경 주기가 길어질 것이다. 

2002년의 논문("Melatonin Modulation of Prolactin and Gonadotrophin Secretion"의 깔끔한 제목)은 멜라토닌이 GnRH뿐 아니라 프로락틴의 분비도 조절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멜라토닌이 GnRH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과는 다르게 프로락틴의 분비는 증가시킨다. 정상적인 경우 야간 수면에서 새벽 4~6시가 되면 프로락틴의 농도는 최고조가 된다. 

프로락틴은 여성 생식계를 가장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호르몬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칼리하리 부시먼 족들의 수유 형태는 프로락틴의 분비를 만성적으로 상승시켜 이들이 자유롭게 섹스를 즐겨도 3년에 한 번 꼴로 임신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프로락틴이 생식계에 미치는 영향은 남녀를 불문하고 뇌하수체에서 GnRH(시상하부에서 합성되고 분비되는)의 감수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 결과 뇌하수체에서 합성되는 LH, FSH의 혈중 레벨이 낮아진다.

멜라토닌과 프로락틴을 연결시킨 연구들은 1984년의 논문(The circadian rhythms of serum prolactin in nurses working on a night shift)을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오스트리아의 연구자들은 야간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혈액을 채취하여 혈중 프로락틴 레벨이 하루동안 어떻게 변화를 나타내는지를 관찰했다. 이들의 생리불순에 대한 원인으로서 프로락틴을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온 날에는 하루 중 프로락틴 레벨이 두 번 피크를 쳤는데 낮과 밤 모두에서 그랬다.

이들의 문제는 수면의 방해로 인한 스트레스(물론 그것도 큰 영향이지만)라기보다는 빛의 적은 노출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자연광에서 햇빛은 5만 룩스를 평균적으로 우리에게 제공하지만, 인위적인 형광등은 기껏해야 5천 룩스 정도의 빛을 내뿜을 뿐이다.

의학에 대한 오래된 고전인 황제내경, 사기조신대론에는 사계절에 맞는 양생법이 나온다. 가장 큰 원칙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낮의 길이에 따라 생활주기를 바꾸라는 것이다. 해가 길어지는 봄과 여름에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이 들고, 가을에는 일찍 잠이 들고 일찍 눈을 뜨며, 해가 본격적으로 짧아진 겨울에는 일찍 잠이 들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그것이었다.

인상적인 또 하나의 가르침은 겨울이라면 산보하며 반드시 햇빛을 쬐라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야간 근무를 일상으로 하는 직장인, 낮과 밤이 뒤바뀐 클러버들, 불규칙한 교대근무로 고생하는 근로자들이 만약 생리불순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밖으로 나가서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다.

덧:)
야간에만 근무를 해야 되는 경우는 무작정 햇빛을 쬐는 방법이 추천되지 않는다. 이들은 낮에 정상적인 수면의 양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므로 "밤에는 최대한 밝은 빛에서 일하고, 일을 마친 새벽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퇴근하고 이중 블라인드 등으로 최대한 어두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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