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틴을 아시나요?""""""""""""

'렙틴'은 체중과 지방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세트포인트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된다. 지방조직이 늘어나면 혈액 내 렙틴 농도가 올라간다. 평소보다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밸런스가 (+)로 기울면서 지방이 축적된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의 양도 증가한다. 렙틴은 '지방조직이 늘었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뇌는 이 신호를 받아서 식욕을 억제해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
  그렇다면 반대로 체중을 줄이겠다고 식사량을 '일부러' 크게 줄이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밸런스가 (-)로 기울면서 지방량이 줄어들면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의 양도 줄어든다. 이 신호가 뇌가 받아들여 에너지 섭취를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렙틴의 작용으로 몸속의 지방량은 큰 폭의 변화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용우 교수의 신인류다이어트 91~93p>(2006) 

평소에는 우리 몸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렙틴의 항상성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몸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게 된다면 어떠할까? 이를테면 살이 갑자기 빠지려고 할 때처럼 말이다. 우리 인체는 체중의 감소에 대하여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수백만 년간 기아를 예비하기 위한 우리의 시스템이다. 일례로 의도적으로 체중을 10% 증량시키면 렙틴의 증가는 고작 20% 정도인데 반해 체중을 10% 감소시키면 렙틴의 농도는 50% 이상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음식물 섭취량을 지속적으로 줄인다면 우리의 몸은 본능적으로 '기아상태'를 예비한다. 그 결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시스템이 'on'이 되면서 몇 가지 변화들이 나타난다. 먼저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기초대사량이 뚝 떨어지는데 이로써 총 에너지 소비량이 훨씬 줄어든다. 체중이 아직 감소하기도 전에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또 음식의 섭취를 자극하는 허기는 더 강하고 더 자주 출몰한다. 맛있는 음식의 냄새에 예민해지고 때로는 다른 사물이 음식으로 보이는 환각(?)을 경험키도 한다. 이를 모두 이겨내야 우리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하기도 전에 일어나는 '갑상선 호르몬의 저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의 항진과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농도 증가'는 생리를 불규칙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놀라울 정도로 지방을 덜어내는데 성공한다면 부수적으로 지방의 효과(안드로겐이 지방조직에 존재하는 효소로 인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가 상쇄됨으로써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면서 건강한' 다이어트의 책략들이 더 중요해지는 것일까.


한 개체에게 있어서 '생존'은 '번식'보다 더 위대한 목표일까? 적어도 당뇨병 환자들에게서는 그런 것처럼 보인다. 이들에게는 불임이 많다. 생존과 번식이 만약 양립할 수 없다면 이들은 '생존'의 유전자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다. 불임이 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어야 하고,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의 생산은 비례하여 감소한다. 그 결과 활성형 안드로겐이 많아져서 생식의 여러 단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역시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가 동반된다. 이들 역시 당뇨병의 발병 위험도가 높은데, 어떤 것이 선후인과인지는 더 상세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당뇨는 생활습관병, 문명병으로 불린다. 현대인들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도 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할 수 있을 뿐더러 당을 빠르게 높이는 허접한 음식들이 즐비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새들이 나우루섬을 날아들며 수백년간 인산염이 풍부한 새똥을 싸준 덕분에 급격히 부유해진 나우루 섬 주민들은 이런 이야기들의 단골 손님이다. 이들은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볼 수 없는 속도로 가장 빠르게 비만이 되었고, 가장 빠르게 당뇨로 고생했다. 이들 덕분에 제임스 닐 교수가 처음으로 '절약 유전자'를 착안하기도 했다. 절약 유전자란 "먹을 것이 풍부할 때 에너지를 잔뜩 저장해두었다가 굶주림을 버텨야 하거나 그밖의 힘든 상황이 길어질 때 이를 이용하게끔 유전적으로 조절을 받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나우루 섬 주민들의 절약 유전자는 그들의 조상이 오랜 굶주림을 버티며 나우루 섬으로 이주해올 때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 누구나 자동차를 몰고 미국식 식단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던 때에 그들의 체형을 최대로 비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유전자도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서구인들처럼 혈중에 폭주하는 당에도 췌장이 무덤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슐린이 '생존'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 말이다. 나우루 섬의 2세들, 3세들에서 당뇨병의 발병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물론 수천년간 쌀밥을 주식으로 먹은 민족이었기 때문에 대비책이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난을 벗어난 것은 채 오십년도 안 된 일이었다. 그 전까지는 엄청난 육체 활동을 통해서 하루를 벌어먹기도 힘든 나날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튼튼한 근육질의 다리를 갖고 있음에도 달리지 않고 거의 모든 범위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이 있음에도 움직이질 않는다. 또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들이 거의 쉴새없이 폭탄처럼 투하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은 '비만'과는 무관하게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신의 생리가 불규칙적이어서 고민이라면 그것은 '당뇨'와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 여성들 중 누군가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드름으로 고생한다. 꽤 많은 이들이 성인용 여드름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피부과는 성업 중이다. <우리 몸은 석기시대>(2011)의 저자들은 여드름이 문명병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여드름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남성에게서 사춘기의 폭발적인 남성 호르몬의 분비는 피지 생산을 왕성하게 하는데, 여기에 프로피오니라는 이름의 박테리아가 관여한다. 이것들은 피지를 피부 표면으로 보내는 모낭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피지 생산이 활발해지면 프로피오니균 역시 활발히 번식하여 '불쾌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남성 호르몬이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프로피오니균이 더 활발히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상체와 얼굴에 제일 먼저 가장 큰 여드름이 난다.

여성에게도 안드로겐은 '부신'과 '난소'에서 소량 생산된다. 그 양은 남성 혈류에 흐르는 안드로겐의 5%에 불과한 것이지만 문제를 일으키기엔 충분하다. 특히 지독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지방의 양이 극도로 줄어들었을 때가 그렇다.

<우리 몸은 석기시대>의 저자들이 여드름을 문명병으로 보는 근거는 이렇다.

"우리는 기생생물의 위협이 적고 먹을거리가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의 면역계에 가해지는 압박은 예전보다 덜하다. 그래서 우리는 과잉 공급되는 남성호르몬과 타협하기 수월해졌고 면역계에 해로울 정도로 성욕과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음식도 여기에 관여하는 듯하다. 소의 혈액에도 들어 있는, 인체가 적응하지 못한 호르몬들을 함유한 우유 외에 인슐린 수치를 높이는 농축 탄수화물도 여러 단계를 거쳐 피지 생성을 증가시키고, 그럼으로써 여드름 생성을 부추킨다." 이들은 '우유와 농축 탄수화물', 우리 식생활의 구성 요소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얼굴에 피어 있는 열꽃을 보고 그녀가 생리불순으로 고생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그녀가 어떤 식습관을 갖고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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