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틴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쥐는 비만해진다.


한편 유전적으로 렙틴이 결핍되어 있는 쥐들에게 렙틴을 주사하면 식욕과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신경 세포들이 rewiring된다. 즉 POMC와 NPY를 생성하는 뉴런에 연접하는 뉴런들이 가소적으로 변한다. 이는 이들에 연접하는 억제성 뉴런과 촉진성 뉴런의 구조적으로 변경됨으로써 신경발화의 양상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체중이 원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이 결과를 적용하는 것이 보다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에게는 렙틴이 결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만의 원인은 렙틴 저항성과 연관되어 있다.1) 즉 렙틴에 둔감한 것이 더 문제고, 이 경우 렙틴을 더 넣어줄 경우 저항성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고식적으로 렙틴을 넣어줬던 시도가 임상 연구에서 그리 큰 효용을 보지 못했던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비만 환자에 대한 의학적인 개입 중에서도 단연코 렙틴 저항성을 개선시키려는 시도들이 더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렙틴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인자들, 이를테면 술, 정제된 탄수화물, 과식 등을 금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운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렙틴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suggested readings

1) 이는 마치 대사증후군을 푸는 핵심 프레임인 인슐린 저항성과 비슷한 문제다. 기전 역시 말초 조직에서 인슐린저항성의 발생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것이 여러 선행 연구에서 증명됐다. 즉 중추신경계의 렙틴저항성 발생은 고렙틴혈증에 따른 렙틴수용체 감소 보다는 렙틴이 렙틴수용체와 결합한 이후 신호전달 단계에서 발생한다. 다음을 참고하라. Howard  JK,  Cave  BJ,  Oksanen  LJ,  Tzameli  I, Bjørbaek C, Flier JS: Enhanced leptin sensitivity and attenuation of diet-induced obesity in mice with haploinsufficiency of Socs3. Nat Med 10:734-738, 2004




갑상선 축의 조절

갑상선은 티록신(T4)과 삼요오드타이로닌(T3)의 두 가지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한다. 성인에서 갑상선호르몬은 체온과 대사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호르몬은 갑상선 축의 내분비 되먹이기 고리를 통하여 조절된다. 시상하부의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호르몬을 생성하도록 자극하고, 이어서 갑상선자극호르몬은 갑상선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를 야기한다. 갑상선 축의 조절을 민감하고 특이적으로 볼 수 있는 ‘설정치’는 갑상선자극호르몬‘이다.

도파민, 당질 코르티코이드, 소마토스타틴은 갑상선자극호르몬을 억제할 수 있다. 이들은 약리학적 용량(정상적인 생리에서는 생산될 수 없는 양)으로 투여될 때를 제외하고는 생리적인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성과는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갑상선 축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해준다. Sprague-Dawley rats에게 14일간 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의 스트레스를 가한 뒤 갑상선 축의 구성요소들을 측정한다. 그 결과 유리 티록신과 유리 삼요오드타이로닌의 혈청 농도는 유의 있게 감소한다. 이러한 상황을 전복하고 항상성을 회복하기 위해 보다 윗 단계, 시상하부에서의 조절이 이루어지는 것도 알 수 있다.1)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과 HPT간의 주요한 작용점은 3가지 정도다. 첫째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CRH)은 뇌하수체의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을 억제한다. 둘째 과도한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티로신이 삼요오드타이로닌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다. 단식과 같은 열량 제한에서도 그럴 수 있다. 셋째 과도한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역T3(rT3)의 생성을 높인다. 역T3는 활성형 T3와 경쟁적으로 작용한다.2)

이와 같은 결과가 아래의 도식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도식은 HPA 축과 HPT 축의 관계를 도식화한 것이다.

(www.biodia.com)


단식을 하면 

사람이 다이어트를 위해 열량을 지속적으로 제한하면 스트레스 반응의 축(HPA axis)과 갑상선 축에도 영향을 준다. 아직 충분하게 이해되고 있지는 않지만 쥐와 매우 유사한 기전으로 두 축이 금식 기간에 조절된다. 금식하면 우선 시상하부의 PVN(방실핵)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TRH)의 유전자 발현이 감소한다. 또한 직간접적인 혈청 렙틴의 감소는 국소적으로 T3의 증가된 농도의 영향과 힘입어 갑상선 축의 음성 되먹이기를 조장한다. 그 결과 PVN의 TRH 뉴런이 활성도가 감소한다. 반면, TRH와 렙틴의 변화와 무관하게 뇌하수체의 TSH 발현 역시 감소하는데 이는 아마도 금식으로 인해 활성화된 HPA축의 결과물(당질 코르티코이드) 때문으로 보인다.3)

결과적으로 갑상선 호르몬의 농도는 점차로 감소한다. 이는 외부적인 열량 유입의 제한이 계속되는 힘든 기간 동안에 생명체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한으로 막는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대사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금식으로 인해 활성화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이미 저장되어 있던 에너지를 동원하면서 조직들에 영양을 공급한다.

금식에 반응하는 인체는 오직 생명의 유지에 곤각을 세운다. 한편 자손의 보존 같이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생식능 유지에는 상대적으로 힘겨운 투자가 이루어진다. 그 결과 생리가 늦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태는 렙틴이 정상화될 때까지 계속된다.4)


Suggested Readings
1) Helmreich DL, Parfitt DB, Lu XY, Akil H, Watson SJ. Relation between the hypothalamic-pituitary-thyroid (HPT) axis and the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HPA) axis during repeated stress. Neuroendocrinology. 2005;81(3):183-92. Epub 2005 Jul 11.

2) Maes M, Vandewoude M, Schotte C, Martin M, Blockx P. Suppressive effects of dexamethasone on hypothalamic-pituitary-thyroid axis function in depressed patients. J Affect Disord. 1990 Sep;20(1):55-61
3) Boelen A, Wiersinga WM, Fliers E. Fasting-induced changes in the hypothalamus-pituitary-thyroid axis. Thyroid. 2008 Feb;18(2):123-9.
4) Kim MS, Small CJ, Stanley SA, Morgan DG, Seal LJ, Kong WM, Edwards CM, Abusnana S, Sunter D, Ghatei MA, Bloom SR. The central melanocortin system affects the hypothalamo-pituitary thyroid axis and may mediate the effect of leptin. J Clin Invest. 2000 Apr;105(7):1005-11. 

인체를 진화의 결과로 보는 과학적 관점으로부터 진화의학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원시인류가 출현한 이후 우리의 조상은 수백만 년 동안 수렵과 채집을 통하여 생활을 이어왔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원시인의 것과 같다. 하지만 생활환경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급격히 현대화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 몸의 유전자는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로 남겨져 있다. 진화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만성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본다.

예를 들어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식습관을 볼 때 인체가 매우 장기간에 걸쳐 특정한 음식에 적응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무엇이 올바른 것이고 무엇이 최적의 것인지는 말하기 어려워도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이런 식단에 잘 적응한 개인들이 유전자를 더 잘 퍼뜨려왔다고.

인류의 식습관은 크게 3번 변혁했다. 아주 느리고 안정적으로 진행됐던 수백 만 년의 수렵채집의 삶이 있었다. 1만 년 전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고 그 전에는 먹지 않았던 곡물이 주식이 되었던 삶이 있었다. 그리고 불과 100~200년에 걸쳐 인류의 식단에 농축 탄수화물의 비율이 매우 폭발적으로 증가한 삶이 있다.

만약 유전자가 바뀌지 않았다면 진화의학이 주목하는 수렵채집의 삶은 건강한 식습관의 하나의 모티브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수렵채집의 삶을 추정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몇 주 정도 굶기는 예사였고, 늘 음식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고 상상한다. 일례로 부시먼족 여성의 생리횟수는 일생을 통틀어도 20여 회 정도밖에 안한다고 알려진다. 부시먼족은 아무도 피임약을 쓰지 않지만 임신 걱정 없이 자유롭게 섹스를 한다. 이들은 실제로 4년에 한 번 아이를 갖는다. 이에 대한 압도적인 해석은 부시먼족 여성이 감염으로부터의 잦은 위협과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멜빈 코너와 캐럴 워스먼이라는 두 집요한 관찰자에 의해 부시먼족의 삶이 조명되기 전까지 그 학설은 짱짱하게 유지됐다. 처음에 이 둘은 부시먼족이 하루에 몇 시간만 사냥과 채집을 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둘러앉아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있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반복적인 관찰로 그들은 부시먼족이야말로 풍족한 사회의 원형이라고 단정 지었다. 물론 영양실조 때문에 4년에 한 번 아이를 갖는다는 학설은 폐기됐다.

녹색세계사의 저자인 클라이브 폰팅의 고증과 덧붙인 상상력은 수렵채집의 삶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과거의 수렵채집 집단들은 현재 남아있는 수렵채집의 집단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에 살았으며, 이들은 인구의 수를 조절(주로 영아살해였다. 집단이 커지면 나누어지기도 했지만 드물었다)하는 방식으로 음식의 수요를 줄였다. 이들은 자기 지역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었으며 일년 중 어떤 시기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식물이 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계절 변화에 따라 생활양식의 변화를 주었고 사회조직과도 잘 조화했다.

앞서 예를 든 부시먼족들은 연중 일정한 양의 노동력으로 식량을 구할 수 있었다. 농경민에 비하면 굉장히 게으른 생활이었다. 남자의 경우 1주일 꼬박 사냥을 하면 2~3주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여자들은 하루에 고작 2~3시간 일하는 것으로 남자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을 가져왔다.

이들의 주식은 몬곤고 콩인데 몬곤고 콩은 일년 내내 얻을 수 있는 매우 든든한 식량으로 같은 양(220g)의 곡물에 비해 무려 5배의 칼로리(밥 1100g에 해당하는 칼로리)와 10배의 단백질(쇠고기 450g에 해당하는)을 갖고 있다. 이들은 순박하게 웃으며 말한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몬곤고가 있는데 왜 힘들게 농사를 지어야 하나요? 그밖에도 부시먼족의 식용 목록은 84가지나 되고 이들은 보통 23가지 안에서 해결한다.

세상의 주변 지역으로 내몰렸음에도 이런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니, 철저하게 인구수가 조절되고 집단의 이동이 수월했던 시절엔 훨씬 더 식량을 얻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부시먼족 여성의 월경횟수는 3년이 넘는 수유기간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걸음마를 띤 나이에도 배가 고프면 엄마 젖을 먹으러 달려온다. 엄마 등에 매달려 있을 때는 배고플 때마다 언제든지 젖을 먹을 수 있도록 보자기가 최적화되어 있다.

극한의 환경에 적응한 넷실릭 이누잇족의 삶 역시 주변환경의 모든 면을 철저히 이용하여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유지한다. 현재 이누잇족은 캐나다의 허드슨만 북부와 서부에 사는데 원래 이들의 3분의 2정도는 지금의 북극권보다 훨씬 기후가 온화한 남쪽에 살고 있었다. 이들은 6월쯤에는 빙판 위에서 바다표범을 사냥한다. 7월경에는 내지로 이동하여 고기잡이를 하거나 간혹 순록을 사냥한다. 8월에는 산란기에 올라오는 연어를 잡기 위해 강에 돌둑을 만든다. 8월 말에는 다시 순록 사냥을 위해 대규모로 모였다가 10월에는 연어 사냥을 하고 다시 나머지 겨울철에는 바다표범을 사냥한다. 모든 공동체 행사에서는 사람들이 배가 찢어지도록 먹었다.

과거의 수렵채집집단들은 현재의 수렵채집의 집단보다 훨씬 풍요롭고 상당히 여유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들의 식단에서는 단백질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포만감이 일찍 찾아오고 오래 유지되었다. 배부르면 그만 먹었으므로 한 끼의 식사량은 지금 서구인의 식습관에 비해 훨씬 적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당질의 섭취가 적었으므로 식후 인슐린의 분비도 적었다. 지방분해모드가 오래 유지되는 환경에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한 끼의 식사를 위해서는 꼭 몸을 수고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그 결과 이들에게 뷜렌도르프의 비너스란 그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비만의 여인(이들은 대부분 홀쭉했다)이 될 수 있었다.


S: 10킬로그램 정도 빼서 몸이 날씬해서는 좋은데 수족냉증이 너무 심해졌어요.
D: 평상시에도 그런 증상이 있었나요?
S: 지금처럼 심하진 않았어요. 느끼고 살진 못했으니까요. 
D: 다이어트는 어떤 식으로 했나요?
S: 운동보다는 식이요법을 주로 했어요. 아침에 물 5잔 정도 마시고, 사과 한 개 깎아먹고 또 배고프면  그렇게 먹었어요. 
D: (헉) 그런 식으로도 끼니는 제때 챙겨드셨나요?
S: 제가 방학때 다이어트를 했는데, 아침을 그렇게 먹고 점심엔 엄마가 차려주신거 먹든가 귀찮아서 안 먹을 때가 더 많았어요. 엄마 퇴근하시곤 2번째 끼니 할 때도 많았구요.
D: 운동은 전혀 안했나요?
S: 허기져서 아령 1세트도 다 못하겠던데요? 
D: 요새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S: 다시 뚱뚱한 몸매로 돌아가긴 싫으니까 여전히 그렇게 먹고 있어요. 
D: ^^

온혈성의 원리는 단순하다. 생산된 열보다 방출되는 열이 더 많으면 몸이 더 따뜻해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몸이 차가워지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몸의 열 생산량이 손실되는 양보다 커질 때, 체내에 열이 쌓이고 체온이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열손실이 더 클 때는 체내의 열과 체온 모두 감소하게 된다. 

열이란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에너지의 최종산물이다. 평균적으로 섭취한 음식의 35%는 ATP를 형성하는 동안 열로 되고, ATP가 세포의 기능계로 전달되면서 더 많은 부분이 열이 된다. 그 결과 총 세포에 의해 사용되는 에너지는 27%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열이 되는 것이다. 섭취한 음식의 주 구성이 탄수화물, 지방이냐 혹은 단백질이냐에 따라도 다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경우 이들이 소화되고 흡수되고 다시 저장되는 데 보통 대사율은 4% 정도 증가한다. 반면 고단백 식사를 할 경우 대사율은 한 시간 이내에 올라가기 시작하여 정상의 약 30% 이상까지 증가한다. 그리고 3~12시간 지속된다. 

S양은 우선 칼로리의 총량을 지독히 제한함으로써 음식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잃었다. 만약 저당질, 저지방, 고단백 식이로 대체되었다면 조금은 나았을 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체중이 감량되면서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에 있다. 음식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 몸은 신체 기능(특히 뇌의 기능이 주 포인트)을 유지하기 위해 글리코겐이든, 단백질이든, 중성지방이든 끄집어내어 사용한다. 저장되어 있던 간의 글리코겐이 고갈(24시간 이내)되면 근육 단백이 분해된다. 근육 단백의 빠른 소실을 막기 위한 대처로 중성지방이 이용되기 시작한다. 열량 제한 초기에는 근육 단백의 소실을 피할 수 없다. 1.75g의 근육 단백으로 1g의 포도당을 만들어낼 수 있고, 뇌는 하루에 100g 정도(최소한)의 포도당을 이용하여야 피로하지 않다.

따라서 S양은 어느 정도의 근육 단백 소실을 막을 순 없었을 것이다. 개인에 따른 기초대사율의 차이는 주로 골격근의 양과 신체의 크기에 비례한다. 안정 상태에서도 골격근은 기초대사율의 20~30%를 잡아먹을 정도이다. 여성과 노인이 정상 성인 남성에 비해 기초대사율이 더 낮은 이유의 주 요인이기도 하다. 열량을 제한하더라도 고단백 식이로 식단을 구성한 결과 근육 단백 소실에 비해 체지방 감량 정도가 훨씬 더 컸다는 논문이 있다. 적절한 양의 단백질의 섭취와 중량 운동을 곁들였다면 근육 단백은 감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음식 섭취가 줄었을 때 나타나는 갑상선 호르몬 농도의 감소(이는 아마도 혈중 렙틴 농도의 감소 때문)도 있다. 에너지 소비를 아끼는 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세포의 에너지 대사가 줄어들 소지가 있다. 이는 식사량을 줄여서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결과다. 하지만 고단백 식이를 식단의 주 구성으로 할 경우, 고당질 식사에 비해 갑상선 호르몬의 감소가 훨씬 적었다는 결과가 있다. 

감량된 체중으로 지방의 절연 효과도 사라졌을 것이다. 


Suggested readings

1) 지속적인 열량 제한이 어떻게 시상하부-뇌하수체-갑상선의 축을 억제하는지는 다음을 참고하라. "스트레스와 갑상선 호르몬: 단식을 하면"

2) 온혈성이 유지되기 위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알려면 다음을 참고하라.

따뜻한 몸을 만들기 위하여 알아두어야 할 것 (1)
따뜻한 몸을 만들기 위하여 알아두어야 할 것 (2) 
따뜻한 몸을 만들기 위하여 알아두어야 할 것 (3) 

3) 여성은 냉증의 호소가 많다. 다음을 참고하라.  여성에서 냉증의 호소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 


당부하지수는 당지수에 식품의 1회 섭취량을 반영한 것이다. 계산하는 방법은 당지수에 식품의 1회 섭취량에 함유된 당질의 양을 곱한 다음 100으로 나눈다. 

GL (Glycemic Load) = GI (%) x grams of carbohydrate per serving

왜 이런 개념이 필요하게 됐을까? 예를 들어 당근의 당지수는 71로 매우 높지만 실제로 이런 위협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당근 7개를 와작와작 씹어먹어야만 한다. 당근에 들어있는 당질의 함량이 작기 때문이다. 수박의 경우도 그렇다. 수박의 당지수는 72로 꽤 높지만 수박은 거의 수분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수박에 들어있는 당질의 함량은 조각낸 수박 1컵을 기준으로 10g에 불과하다. 그 결과 당근이나 수박 같은 음식들은 당지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당부하지수는 낮다. 

따라서 당부하지수는 "식사에서 섭취한 당질의 실제적인 양을 고려해 그 식품을‘실제로 섭취했을 때’ 혈당을 어느 정도 올리는지"를 나타내기에 적합하다.

계산된 당부하지수에 따라 통상적으로 당부하지수가 20 이상이면 높다 하고, 10 미만이면 낮다고 평가한다. 


Low GI diet는 탄수화물 자체를 제한하는 Low Carbohydrate diet와 자주 비교된다. Low Carbohydrate diet는 열량을 극도로 제한함으로써 체중 감량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방의 감소가 아닌 글리코겐과 수분의 감소가 원인이다. 금식 후 12시간~24시간에 걸쳐 글리코겐이 모두 사용되면 근육 단백을 분해하여 포도당을 합성하기 시작한다. 그때에도 열량이 제한되면(단식 초기에는 근육단백의 분해가 빠르다. 이를 막기 위한 대처방안으로) 그제서야 지방조직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때쯤 되면 이미 사람은 탈진해있고 심하면 머리가 뽀개질 듯 아플 수도 있다. 또 문제는 평소 양만큼의 탄수화물 섭취라도 이루어지면 근육내 글리코겐과 수분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체중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완벽한 요요다. 

따라서 보다 권장되는 다이어트 방법은 Low GI diet다. Low GI diet란 당지수 값이 낮은 음식을 이용하여 인슐린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것. 즉 꼭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만을 분비하여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을 만드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이미 당뇨병 환자들의 식단을 짜는데 이 원리가 개입되어 있으며 실제로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인슐린이 높게 올라가지 않으므로 식욕을 제어할 수 있고, 포만감 또한 연장된다. 포도당 및 지질의 수치도 개선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 따라서 대사증후군 환자에게서 적극적으로 권장되며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에게도 운동과 함께 병행하는 Low GI diet가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ref.http://www.weightlossforall.com/gly-index.htm "What is Glycemic Index Diet : GI diet")


이제부터 Low GI diet의 허점을 알아보자. 정확히 말해 허점이라기보다는 조심해야 될 사항 정도로 알면 좋을 것이다. 


첫번째 허점, 당지수는 칼로리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당지수는 칼로리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당지수는 인슐린을 얼마나 빠르게 높게 올리느냐를 결정하는 상대적인 수치이지,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칼로리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소시지는 당지수가 28에 불과하지만 100g당 칼로리는 276에 육박하고, 파스타 역시 당지수는 50이지만 100g당 칼로리는 320이다. 

그러므로 "당지수 낮은 음식만 골라먹었는데 살이 쪘어요"라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주 목적이라면 당연히 당지수와 더불어 칼로리를 살펴야 한다. 생리불순의 원인으로 과도한 지방이 주목된 경우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도 동시에 갖고 있으므로 당지수도 낮고 칼로리도 낮은 음식을 우선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칼로리 신경쓰기 귀찮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오직 흰 쌀밥을 먹었다면 쌀에 콩과 현미 등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이다. 주식으로 하는 쌀이나 보리, 현미 등은 100g당 칼로리가 거의 비슷하나 당지수가 전혀 다르므로 이들은 섞어 먹는 것이 좋다. 

다른 음식을 고를 때에는 칼로리 밀도를 고려해 본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g당 4cal, 지방은 9cal인 것을 감안해서 이들의 함량이 적은 것을 우선적으로 고르면 된다. 따라서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해조류, 버섯 등이 부식단이 된다. 간식을 고려할 때에도 칼로리 밀도가 높은 케이크보다도 사과나 바나나 같은 과일을 고르는 것이다. 


두번째 허점, 당지수는 영양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당지수도 낮고, 칼로리도 낮은 음식을 골랐더라도 영양소가 풍부하지 않으면 건강상 아무런 유익이 없다. 수렵채집인들과 현대인들의 식단은 다량영양소의 조성이나 당지수(혹은 당부하지수)만이 다른 것이 아니다. 지방산의 조성 역시 다르고, 미량영양소의 조성도 다르고, 산염기 평형이나, 나트륨 대 칼륨비, 그리고 식이섬유의 양도 다르다. 후자 같은 요소들이 영양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 이런 것들을 현대의 환경에 맞추어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때서야 제대로된 식단을 구성할 수가 있다. 






감미료의 구성 


단맛을 내는 것은 당이다. 자연계에서 당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포도당과 과당이 그것이다. 중학교에서 우리는 이것을 단당류라고 배운다. 

단당류들이 서로 결합하면 이당류가 된다. 눈처럼 하얀 결정을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설당, 아니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이당류다.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자연적으로 추출한다. 1960년대 후반 핀란드에서는 설탕을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지금 볼 수 있는 하얀 가루 상태의 설탕은 과당이 50% 정도 함유된 것이다. 포도당과 포도당이 결합된 맥아당 역시 이당류다. 

액상과당은 거의 설탕물이다. 포도당과 과당을 단순하게 혼합한 것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미국에서는 액상과당을 "과당함량이 높은 옥수수 시럽"이라고 해서 high-fructose corn syrup, 줄여서 HFCS라고 부른다. 

문제는 바로 설탕과 액상과당이다. 제3세계의 사탕수수 농장의 증가로 설탕의 생산과 소비는 액상과당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꾸준히 늘었다. 일례로 1750년 유럽과 북미의 연간 설탕 소비량은 1.8킬로그램이었으나 정점에 달했을 때는 55킬로그램에 달했다. 현재 미국의 연간 설탕 소비량은 30.3킬로그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인당 연간 23.7킬로그램을 소비한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가공식품 업계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지금 당장 콜라를 마시고 있다면 원재료명을 확인해보라. 백설탕과 액상과당이 눈앞에 제일 먼저 보일 것이다. 

이들의 당지수는 어떨까?

(ref. www.gitest.co.kr)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설탕이나 액상과당이나 당지수는 68로 같다. 포도당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과당(19)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그에 비해 과당의 당도(150)는 설탕이나 액상 과당(100)에 비해 더 달다. 잘 익은 과일은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안에서 폭주하는 단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순수한 과당이 많이 들어가서이다. 


단 맛은 더 강하게, 당지수는 더 더 더 낮게? 그래도

 
순수한 과당(fructose)은 포도당과 과당이 혼합된 액상과당(HFCS)과 비교하여 결정과당으로 불린다. 결정과당이 투여량에 비해 단맛은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고, 혈당도 더 느리고 낮게 높인다면 훨씬 더 좋은 감미료임이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이 모든 논란은 Karen L. Teff 박사의 2004년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2004년 6월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실린 박사의 논문은 과당 자체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과당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는 식욕을 증진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원래 정상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면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데 도움을 주는 렙틴의 수치가 높아진다. 그리고 식욕이 점차 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당이 섭취된 음료수를 마시면 인슐린과 렙틴 호르몬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과당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과당 때문에 증진된 식욕으로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귤 한 박스를 까먹었다."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천연식풍에 들어있는 순수 과당은 당지수가 낮을 뿐더러 식욕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과당을 많이 섭취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도 있다. 포도당이나 과당이나 내내 간에서 대사되지만 포도당은 간에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의 양에 따라 대사가 결정된다. 그러나 과당은 그런 제한 없이 간에서 대사되어 지방합성의 경로를 밟는다. Teff 박사가 이야기한 "포도당은 간에서 과당보다 인체에 더 유익한 방법으로 대사 분해가 일어난다"는 것은 이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설탕과 액상과당의 위험성이 과일과 같은 천연식품에 비해 훨씬 더 높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과당"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감미료를 제외한 다른 첨가료의 문제, 그리고 추출의 문제이다. 추출의 문제란 당부하지수와 상관있다. 마음만 먹으면 콜라 한 캔에 설탕과 액상과당을 합쳐서 50g을 다 넣을 수도 있지만 배로 50g을 채우려면 두 개 이상을 먹어야만 한다. 그 전에 위장 사이즈가 늘어나서 식욕이 억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온다.

"단 게 당긴다면 차라리 과일을 먹어라. 그래도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것을 명심하라"
 

1만 여 년까지


인류의 선조들은 1만 년 전까지 아프리카의 아열대 지대, 빙하기의 유럽과 북극, 남서아프리카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환경에 적응했고 환경의 차이에 따라 독특한 생활양식을 발전시켰다. 어떤 곳에서는 채집을 위주로 작은 동물을 사냥했고 어떤 곳에서는 순록이나 들소 떼를 몰아 사냥을 했으며 어떤 곳에서는 계절에 따라 식량 조달을 달리했다. 200만 년 넘게 안정되고 잘 적응된 생활을 지속해온 이들의 삶의 양식은 제각기 달랐으나 이들의 식단 구성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인류 역사의 99퍼센트에 달하는 이들의 식단은 단백질의 비율이 19~35퍼센트, 탄수화물의 비율은 22~40퍼센트, 지방의 비율은 28~47퍼센트였다. 

빙하기에는 순록의 이동 경로를 따라 거주지를 계속 옮겼고 인류의 조상들은 주로 늙고 병든 것을 사냥했다. 한 철을 나는데 필요한 만큼의 고기를 구하면 사냥을 멈추었다. 강 기슭에 살던 수렵채집인들의 주식은 연어나 민물고기였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후는 온화해졌고 커다란 짐승들은 삼림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다. 조상들은 다시금 생활방식을 변화시켰다. 이들은 수렵보다는 채집의 비중을 높였고 보다 작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조개 혹은 물고기를 주식으로 삼았다. 1만 년 전쯤엔 지구상의 전  대륙에 인류가 정착했다. 

수렵채집인들의 식단 구성은 놀랍게도 비슷한데 이러한 구성비는 아직도 수렵채집의 문화를 갖고 있는 "서남 아프리카의 부시먼 족", "아프리카 적도 지대의 숲에 사는 피그미 족", "동아프리카의 하드자 족",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몇몇 부족",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 원주민들", "북극 지대의 이누잇 족", "남아메리카의 열대 삼림에 사는 원주민들"의 것과도 비슷한 것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부시먼 족의 주식은 몬곤고 콩이다. 몬곤고 콩은 같은 양의 곡물에 비해 5배의 칼로리, 10배의 단백질을 갖고 있다. 한 줌의 몬곤고 콩은 밥 1100그램에 해당하는 칼로리, 그리고 쇠고기 450그램과 같은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는 것이다. 한 부시먼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몬곤고가 있는데 왜 우리가 경작을 해야 하는가?"


(ref.  http://www.new-ag.info/en/focus/focusItem.php?a=794 "Mongongo - a tough nut worth cracking")


농경의 시작부터 200여 년 전까지


1만 년 전 지구의 인구는 400만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의 인구는 수렵채집의 삶이 가능한 최고의 한계였다. 만약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면 “좋거나 싫거나 조건이 나쁜 땅에 사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들은 빈약한 자연 환경을 삶의 터전을 가꾸기 위해 “땅을 개간하고, 곡물을 파종하고 가꾸고 수확하고, 가축을 돌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만 년 전 자연스럽게 ‘농경’과 ‘목축’이 시작됐다. 경작할 토지가 부족해지면서 동물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나타났다. 단백질의 주공급원은 생선이나 습지에서 사냥한 고기뿐이었다. 1만 년 전부터 인류는 그 전에는 먹지 않았던 곡물을 주식으로 삼게 되었다.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아졌다. 
 
늘어나는 인구의 압력에 더욱 집약적인 식량 생산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농업은 오히려 인구를 더욱 부채질했다. 비효율적인 농경 체계로 인구는 언제나 지나치게 많았고 수확량이 감소하기라도 하면 그 해의 인간 사회는 극도로 침체됐다. 토양은 척박해졌고 동물은 살 땅이 줄었다.

“200년 전까지도 세계 도처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었다.” 
 
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은 거의 식물성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쌀이, 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가, 유럽에서는 밀이 주식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열량의 98퍼센트를 식물, 주로 쌀에서 섭취했다.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소와 곡식 죽과 빵으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식단으로 생존을 유지했다. 고기와 생선은 상류층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 (…) 당시 대다수 사람들에게 식량은 곧 채소를 의미했다. 따라서 거의 모든 땅이 경작지로 이용되어 목초지가 대단히 적었고, 이에 따라 가축을 먹일 곡물이 부족했다. 가축이 있다 해도 생산량이 적었다.”
 
음식의 질은 분명히 저하했다.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인류의 몸집은 작아졌고, 영유아 사망률은 높아졌고, 전염병은 늘었고, 철분 결핍 현상이 빈번히 나타났고, 뼈가 약해지고, 충치가 생겼다.”


지난 20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지난 2세기 동안 인류의 식생활에 세 번째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강대국들은 새로운 토지를 찾아 헤맸고 거기서 나온 식량을 원활하게 자신의 나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운송 수단과 냉각 기술이 발달했다. 이런 교역의 형태는 1950년까지 유지됐고 이미 1850년 이후 선진국에서는 농업의 기계화와 집약화로 농업의 생산성이 극도로 향상됐다. 19세기 말 신기술의 개발로 가공 식품을 만들어 파는 식품 공업의 형태가 생겨나기도 했다. 운송 수단의 발달, 저온 살균법, 냉장 저장의 기술이 도입되고 상하기 쉬운 우유와 유제품을 가공할 수 있게 됐다. 인류의 식생활은 너무나도 큰 변혁을 맞았다. 
 
우선 설탕의 소비가 증가했다. “16세기까지 감미료는 꿀밖에 없었고, 북아메리카에서는 단풍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메이플 시럽이 쓰일 정도였고 전체적인 소비량도 낮았다.” 그러나 제3세계의 사탕수수 농장의 증가로 설탕의 생산과 소비는 급증했고 1750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연간 설탕 소비량은 1.8킬로그램, 현재는 55킬로그램까지 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단’ 음료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공식품의 섭취가 폭증했다. 전형적인 가공식품의 예는 흰 빵이었는데 이는 겨와 씨눈을 제거함으로써 섬유소와 영양소를 대폭 줄인 것이다. 14세기에 처음 선보인 흰 빵은 식량이 남아돌 때 만드는 ‘기호 식품’의 성격이 강했다. 19세기 들어 곡물의 공급이 원활해지고 1850년 이후 선진국 사람들의 대부분, 20세기에는 거의 흰 빵을 먹었다. 또 도정된 곡물들을 가공하여 콘플레이크, 비스킷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소비는 1910년 이래 3분의 1로 줄었다. 더군다나 개량된 현재의 품종들은 1만 년 전에 선조들이 섭취하던 것들에 비해 식이섬유의 양은 훨씬 적었다. 그마저도 통조림의 형태로 가공되면 영양소마저 파괴됐다.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가 엄청나게 늘었다. 농가에서 소량으로 생산되던 치즈는 19세기에 처음으로 공장이 세워졌고, 최초의 버터 공장은 1861년 미국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마가린처럼 완전히 인공적인 식품도 개발됐다. 식물성 기름을 경화하면서 발명된 트랜스 지방산은 그때부터 식생활에 침투되기 시작하여 제과 제품과 인스턴트 제품의 소비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식생활을 장악했다. 지방의 섭취는 인간의 역사를 통해서 꾸준히 늘다가 19세기 후반이 넘어 식단의 32퍼센트를 구성했다. 
 
현대인이 소비하는 식량의 4분의 3은 ‘영양소와 무기질이 파괴되어 있고’, ‘방부제, 유화제, 안정제, 염료, 감미료, 표백제 따위의 첨가물이 들어 간’ 가공 식품의 형태이다. 
 
대단히 인공적으로 동물을 가두면서 기르는 것은 20세기에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아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돼지가 돌아누울 수도 없을 만큼 좁아서 언제나 배를 깔고 누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랐고, 수 세기 동안 가금류나 사냥용 새는 어둡고 막이 쳐진 새장에서 자랐으며, 거위는 발을 마루에 묶어 키우거나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 병아리 때부터 발을 잘라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는 동물의 사육이 보다 집약적이 되었고 보다 규모가 커졌다.

“닭은 바글거리는 울타리 안에서 자라며, 소는 좁은 축사에서 자라고, 돼지는 움직일 수도 없이 작은 우리에서 부대끼며 자란다. 이들은 죽은 동물의 고기나 음식 찌꺼기를 먹고, 성장 호르몬을 먹고, 항생제까지 먹는다. 물고기조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어의 경우 붉은 색의 살을 만들기 위해서 사료에 염료를 넣기도 한다.” 운동 따위는 모르고 자란 동물의 살코기는 소고기의 경우 포화지방산 함량이 50퍼센트에 달하기도 한다. 
 
다량의 지방과 당의 형태로 된 고농축 탄수화물이 널리 퍼진데 힘입어 현재 서구식의 식단은 탄수화물 52퍼센트, 단백질 16퍼센트, 지방 32퍼센트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당과 복합당질 중 무엇이 더 몸에 나쁠까? 질문을 조금 바꿔서 둘 중 어떤 것이 우리 몸에서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시킬까? 대답은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다"이다. 우리는 흔히 설탕 같은 단순당은 현미밥 같은 복합 당질에 비해 흡수가 빨라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정 된 흰 쌀밥이나 감자 같은 복합 당질은 오히려 사과나 포도 배에 함유된 단순당보다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시킨다. 

따라서 당지수가 널리 쓰인다. 원래 당지수는 당뇨환자들에게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으로 "음식이 체내에서 흡수되어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높게 올리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수치가 된다. 혈당을 빠른 시간 안에 높이 올리면 당지수가 높은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당지수가 낮은 것이다.

당지수는 상대적으로 산출된다. 포도당 50g을 섭취했을 때 2시간 뒤의 혈당치 상승 정도를 측정(혈당 곡선을 그려 면적을 계산)하여 100 으로 기준하고, 각 음식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치 상승을 지수로 표시하는 것이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빠르게 분해되고 흡수되어 혈당치가 급격히 변동되고, 반대로 당지수가 낮은 식품은 서서히 분해되고 흡수되어 혈당치 및 인슐린 수치가 점진적으로 상승되는 것이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과다한 인슐린 분비로 인해 체지방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고, 갑작스럽게 혈당이 뚝 떨어지는 반응성 저혈당(폭식으로 이어진다)을 일으키기 쉽다는 점이다. 비만으로 인해 생리가 불규칙(주로 늦어짐)해졌고 그 결과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무조건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  반드시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생리불순이 심한 여성들은 굳이 다이어트를 결심하지 않았더라도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고인슐린 혈증에서는 안드로겐의 활성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생리불순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당장 추천되는 식습관의 교정은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인슐린이 서서히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분비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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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생리불순 그리고 불임

전 글에서 말했듯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기본원칙이 있어야 한다. 기본원칙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생리적 신호를 제대로 이해하여 똑똑하게 살을 빼고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 같은 것이다. 그러한 기준으로 수렵채집인의 식단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을 말한 것이다. 

중요한 골자와 방법은 박용우 교수가 "신인류 다이어트"라는 책에서 소개한 바 있다. 시중에는 다이어트 방법을 다룬 책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으로 돋보이는 책이다. 생리불순을 주제로 포스팅하는 내가 여기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여성이 비만할수록 생리불순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여기서의 생리불순이란 "무배란 생리"를 말한다. 배란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생리가 점점 늦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지방을 덜어내고 이를 유지해야만 규칙적인 생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중에 유행하는 다이어트의 대부분은 "살을 빼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그 과정(지독한 열량 제한의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여러 부작용들은 살을 뺀 이후로 제쳐두는 경향이 있다. 

건강한 여성이라도 단기간의 과도한 열량 제한을 통해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원하는 목표로 빠지기도 전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질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갑상선 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갑상선 호르몬 이야기만 조금 덧붙이자면, 열량 제한 시에 일어나는 갑상선 호르몬의 감소는 아마도 렙틴의 감소와 관련이 있는데 최종적으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은 기초대사량을 줄여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몸이 기아의 상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몸에서 이러한 호르몬의 상태를 역전하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 분비호르몬과 갑상선 자극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프로락틴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특히 갑상선 자극 호르몬 자체는 FSH와 LH처럼 비슷하게 행동하여 성선 호르몬의 균형을 깨버린다. 결과적으로 생리 주기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다이어트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수렵채집인의 식단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우선 식이조성의 구성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저 이런 식단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살이 저절로 빠질 수 있다고 본다. 덧붙여 나는 이런 식단을 선택함으로써 스트레스 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의 감소를 최소화(주된 이유는 고단백 식이로 인한 오랜 포만감과 그로 인한 식욕의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 

 
위의 표는 수렵채집인들과 현대인들의 식이조성을 단순 비교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같지 않다. 가장 주목해 볼 것은 다량 영양소의 구성비다. 수렵채집인들의 식단과 비교했을 때 현대인들은 탄수화물은 너무도 많이 섭취하는 대신, 단백질은 많게는 절반 정도만 섭취하고 있다.

앞으로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 몸은 석기시대"의 저자인 데프레프 간텐 등은 "다양한 집단들이 매우 열심히, 때로는 지나친 사명감을 띠고 이런 저런 음식을 옹호하며 싸우는 이유"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원래 올바른 식생활 따위란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그저 어떤 특정한 음식이나 영양법이 좋다는 주장에 대하여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지 검토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진화적 관점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이를테면 인체가 매우 장기간에 걸쳐(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인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나 저자들은 500만 년 전을 이야기했다) 특정한 음식에 적응해왔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런 식단에 잘 적응한 개인일수록 유전자를 더 잘 퍼뜨려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주하여 정착한 환경에 따라 민족의 고유한 식생활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농경민족이었고, 탄수화물을 식단의 70~80%로 구성했을 정도로 쌀을 최우선 주식으로 삼았다. 아직도 시골에서 어르신들은 밥 한 공기를 담는 그릇이 상당히 큰데 그분들은 여전히 총 섭취에너지의 70% 이상을 탄수화물로 드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슐린 분비 경향은 서구인들과 상당히 다르다. 서구인의 반 정도 되는 적은 양으로도 혈중의 포도당을 다 처리할 수 있다. 즉 굉장히 효율적이다. 


1만 년전과 현대의 식습관 비교


특히나 진화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비만'의 이야기는 이제 너무도 흔한 것이다.  "비만은 1만 년 전 인류의 유전자와 현대인의 유전자는 그리 변한 게 없음에도 급격히 변해버린 환경 때문에 생겨버린 문명병"이라는 평가다. 

비만을 문명병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을 구하기 위하여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먹고 싶으면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육체활동을 해야만 했는데, 때로는 녹초가 될 때까지 움직여야 했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방식 중 가장 큰 식생활에서 "운동"과 "식사"의 분리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식습관도 확실히 변했다.

인류의 유전자는 세 번의 큰 변혁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아주 아주 아주 길고 오랜 750만 년(나무에 매달리고 직립하고 수렵 채집을 하기까지), 그것보다 짧은 1만 년(농경의 시작), 것보다 훨씬 훨씬 훨씬 훨씬 짧은 200년(가공 식품의 폭주, 한국인은 40년 정도)이 바로 그것이다. 


그 기간 동안 다량 영양소, 미량 영양소의 조성이 변했고, 섭취하는 음식들의 당부하지수(Glycemic Load)가 변했고, 지방산의 조성도 달라졌다. 그 뿐 아니라 섭취하는 음식들의 나트륨 대 칼륨 비,산염기 평형식이섬유의 양도 변했다.(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포스팅할 예정) 

인류의 긴 역사에서 고작 200년의 격변은 오로지 자연선택에 의해서 인체가 완전히 적응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만해지고 당뇨에 걸리고 심장병으로 쓰러진다. 여기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우리의 인체가 가장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식생활을 찾는 것일수가 있다. 로렌 코데인 같은 영양학자들이 수렵 채집인의 삶에 주목하는 이유다. 

얼마전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살 찌는 체질과 살이 안 찌는 체질이 정말 있나요?"

같은 양을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살이 안 찐다. 정말 흥미로운 주제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에 대하여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이러한 수수께끼를 풀려면 비만이 되는 간단한 원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만은 "에너지 소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 섭취가 지속되는 상태(즉, 에너지 섭취>에너지 소비)"다. 에너지 섭취와 에너지 소비 사이의 불균형이 아주 적더라도 결국은 체중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예로 0.3%의 과잉섭취를 30년간 지속하면 9kg의 체중이 증가될 수 있다.

에너지 섭취의 문제1 : 남들보다 '더'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전적으로 비만한 생쥐(ob/ob)에서 ob gene의 확인은 획기적이었는데, 이는 비만과 관련된 하나의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ob/ob 생쥐는 다른 쥐들에 비해 더 많이 먹었고, 인슐린 저항성이 있었고, 예상하듯이 심각하게 비만했다. ob 유전자의 산물은 그 유명한 렙틴(어원은 '마르다'는 뜻의 leptos)으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어 뇌하수체를 통해 작용한다. 지방조직의 에너지 저장을 보고하는 것이 주 임무인데 렙틴의 농도가 높아지면 음식섭취가 감소하고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비만한 사람들에서 대부분은 렙틴이나 렙틴 수용체에 돌연변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렙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분명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체중이 늘었을 것이며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잘 모른다고 할 것이다. 렙틴 저항성 때문이다.

기아상태를 견디며 진화해 온 인류의 조상들은 에너지 밸런스에 대하여 하나의 기준을 갖고 있는데, 체중 증가는 모른 척 대충 눈 감고 넘어가고 체중 감소에는 예민하게 반응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렙틴의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체중이 10% 증가하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렙틴의 분비는 고작 20% 늘 뿐이지만, 체중이 10% 감소하면 렙틴의 분비는 절반 이상 감소한다.


에너지 섭취의 문제2 : 같은 양을 먹더라도 내가 '더' 에너지를 수확하는 것은 아닐까

2006년 네이쳐에 "An obesity-associated gut microbiome with increased capacity for energy harvest"라는 제목의 재밌는 논문이 실렸다. 요약하면 장내 박테리아가 어떤 것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에너지를 더 많이 수확하여 영양분을 더 많이 끌어오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장에는 어림잡아 약 500조 마리의 박테리아(대부분은 약 30종 정도)가 거주하는데 이들이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우리가 음식에 든 영양소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출생 중에 처음으로 장에 정착하고, 다음에는 첫 수유 때 나머지가 정착한다. 아이가 한 살이 되면 일반 성인들의 전형적인 상태와 비슷해진다.

그런데 살찐 쥐와 날씬한 쥐,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내 세균총에 큰 차이가 있었다. 쥐나 사람이나 살찐 개체의 장에는 '피르미쿠트 계열'의 세균이 더 많았고, 마른 개체의 장에는 '박테로이드 계열'의 세균이 더 많았던 것. 실제로 마른 쥐들에게 피르미쿠트 계열의 세균을 이식하자 이들도 살이 찌기 시작했다.


에너지 소비의 문제 : 남들보다 '덜' 에너지를 쓰는 것은 아닐까

흔히 생각하듯이 비만한 사람들이 마른 사람들에 비해 '기초대사량이 적기 때문에' 살이 더 찌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주 크나큰 착각이다. 비만한 사람들의 하루 평균 에너지 소비는 실제로 마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다. 당연히 활동 제지방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대신 이들은 그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먹는다.

그러나 비만한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 문제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굶을 때 드라마틱하게 낮게 유지된다. 몸무게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제지방도 감소하고, 교감 신경계의 활성도 감소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는 점점 낮아지는데, 정상 몸무게까지 감소하게 되면 원래 그 체중이었던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낮은 에너지 소비를 보이게 된다.

이는 아마도 유전적인 요인으로 생각된다. 콕 집어 이야기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이 열량을 지속적으로 제한하여 몸이 '기아 상태'로 인식되면 각 세포들의 대사율이 낮아지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막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각 세포들이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함((뇌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으로써, 혈당량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의 문제 : 고탄수화물 식이, 골격근의 양(운동 여부)

이는 보다 환경적인 요소이며, 살이 잘 찌고 안 찌는 체질을 논하기에는 보다 부차적인 것들이다. 미국에서의 비만 유병률의 빠른 증가는 '유전자의 변이'만으로 생각하기에는 진행이 너무 급격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다.

만약 식단의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그것도 정제당 혹은 단순당의 비율이 높다면 이것 자체가 비만해지기 쉬운 식단 구성이다.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은 단백질에 비해 음식을 대사시키고 저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훨씬 더 적다. 게다가 인슐린을 빠르게 상승시키므로 인슐린 저항성의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초대사량의 개인차가 존재한다면 이는 주로 골격근의 양(지방은 근육의 기초대사율보다 더 낮으며, 여자가 남자보다 기초대사율이 더 낮은 이유나 근육이 지방으로 대체되는 노인에서 기초대사율이 더 낮은 이유는 이와 관련이 있다)과 신체 크기와 관련이 있다. 안정 상태에서 골격근의 기초대사율은 20~30%를 차지한다. 게다가 같은 근육량이라도 지속적으로 근육을 훈련시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휴식 중에서도 기초대사율이 더 높아진다.


못다한 이야기 :)

내가 몇해 전 한의학도로서 훈련을 받을 때 "경험적으로 늑각의 각도가 예각인지 둔각인지에 따라 살이 잘 안찌고, 살이 잘 찌는 체질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여기에 대한 결론은 '글쎄다'. 혹은 '그럴 수도 있겠다.'

보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개체가 성적인 과정을 진행(이를테면 사춘기)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인자는 '인슐린'이라고 한다. 풍족하게 분비되는 인슐린 군들이 개체의 에너지 상태 역시도 '풍족'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며, 이는 성의 에너지 비용을 할애해도 좋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성과 장수 사이의 거래'라는 개념이며 영국의 톰 커크우드가 1970년대에 내놓은 가설이다. 

기본적으로 늑각은 흉곽(rib cage)의 팽창에 의존하는데 이것은 사춘기 때의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이다. 만약 이런 성의 에너지 비용을 치루지 않는다고 하면 미소년처럼 길고 호리한 체형이 될 지도 모른다. 어떤 시점이 되어서 '에너지가 풍족한 상태'가 꾸준히 유지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성적인 과정을 진행해도 될 것이다.

이들은 원래 남들보다 '잘' 먹었을 수도 있고, 남들과 같이 먹더라도 '더 많이' 에너지를 뽑아냈을 수도 있다. 그런 요인과 관계없이 부모가 입이 짧은 아이에게 GI가 높은 허접한 음식들을 많이 내줬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가능성이며 그냥 설을 푼 것이라고 생각해주길, 그럼에도 몇 해전이나 지금이나 저 주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거부감이 있다.)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는 유독 불임이 많다. 자세한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은 ☞요기를 클릭해보자. 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비만 유병률이 서구와 다른데도 이상하리만큼 높은 당뇨병 유병률"이 되겠다.


당뇨병에 특히 취약한 한국인

비만과 대사 증후군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복부비만의 경우는 그 연관성이 상당히 높으며, 체질량 지수(BMI)만 놓고 보더라도 비만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1.5배~2배 가량 당뇨병 위험도가 더 높다. 비만도를 평가하는 데 잣대가 되는 BMI는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비만의 기준은 현재 아시아에서는 과체중이 25 이상, 비만이 30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비만 유병률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한국 여성의 비만율―체질량지수(BMI)가 25이상인 사람의 비율―은 오히려 줄고 있다. 한국 남성의 비만율은 보다 우려스럽지만 그래도 전체 성인 인구의 65%가 과체중인 미국에 비하면 아직 턱 밑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다른 서구화 국가나 당뇨병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8%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강대희·박수경 교수팀이 한국인이 포함된 아시아인 93만명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아시아인 중에서도 훨씬 더 당뇨병에 취약한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인 전체의 당뇨병 유병률은 평균 3.2%를 기록했는데, 그 중 중국이 0.8%로 가장 낮았으며 싱가포르가 6.6%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3.8%의 유병률을 보였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다

서울대 의대와 미국하버드대 등 연구팀이 20대의 건강한 한국 남성의 DNA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는 이 모든 것이 유전적임을 말해준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제2형 당뇨병과 연관된 돌연변이는 34개나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훨씬 더 제2형 당뇨병에 취약한 것이다.



아시아인은 유럽인과도 많이 다르다. 최근에 발견된 새로운 유전 지표 8가지 중 6가지는 오직 아시아인의 제2형 당뇨병에만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적응이 한민족의 오래된 식습관 때문은 아닐까

샤론 모알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선조들은 현대인의 많은 특질이 형성되었던 기간, 즉 500만 년 전부터 5만 년 전까지 모두 아프리카에 살았다. (…)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다양한 인구 이동 과정에서 5만 년 전에 지중해 지역에 정착했고, 4만~2만 년 전에 유럽과 아시아에, 1만 5,000년 전에 알래스카를 거쳐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정착했다. (…) 인류가 점차 지구 전체에 퍼져나가 다양한 생활권에 적응함으로써 모두가 공유하지 않는 일련의 개별 특질을 개발한 시간은 겨우 5만 년 정도에 불과하다."

한민족은 한반도에 정착하고 나서 인슐린과 관련하여 어떤 특질을 개발했을까. 식습관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민족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대표적인 민족이다. 불과 4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총 섭취 에너지의 80퍼센트는 탄수화물이었다. 아직도 시골의 어르신들은 밥을 아주 큰 공기에 한 대접을 드신다.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총 섭취 에너지의 65퍼센트는 탄수화물이다. (1만 여 년전의 수렵채집인들은 당질 섭취량이 아무리 많아도 40퍼센트를 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민족은 인슐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다. 식사만 되면 몰아치는 당질의 공급에도 췌장이 혹사당하지 않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구인들에 비해 인슐린의 분비량이 절반에 불과하다. 그래도 인슐린이 제 몫을 다해내는 것이다.

먼 길을 걸어다니고, 터전을 일구기 위해 하루종일 고단하게 육체를 활용했던 시대에는 아무리 당질을 많이 먹더라도 그때그때 소비가 되었기에 그게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할까. 빠르게 당질을 높이는 음식(단순당, 정제당)을 섭취하면서도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슐린 분비의 특수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조금만 올라가도(뱃살 등으로 인해) 인슐린 분비 능력이 이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혈당치가 쉽게 올라간다. 아마도 누군가 그랬듯 정말 20년 뒤에 당뇨 대란이 올지도 모른다. 우린 아직 나우루섬 주민들의 재앙을 겪지 않았다.



 비만한 여성들에게 생리 불순이 더 많다

너무 익숙한 이야기다. <Obesity>(2009년 5월)에 발표된 결과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한다. 26~36세에 호주 여성 72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BMI에 따라 불규칙한 생리주기(1년간 가장 긴 주기와 가장 짧은 주기가 15일 이상 차이나는 것)의 위험률이 2.61배, 허리 둘레에 따라 2.28배, 복부지방률(WHR)에 따라 2.27배 높았다. 또 공복혈당, 남성 호르몬, 남성 자유호르몬 지수(FAI)가 높을수록,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이 낮을수록 비만과 불규칙한 생리주기의 관련성이 높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클릭, 용어가 황당히 많지만 나의 블로그를 유심히 읽어보았다면 모두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따라서 비만한 여성들의 생리불순에 대한 치료는 최우선적으로 체중 감량, 정확히 말해서는 지방을 감량하는 것이다. 제지방량의 감량은 최소화하면서 지방만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과 블로거들이 똑똑한 다이어트 식단과 과학적인 운동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시각에도 고군분투 하고 있다.

나는 다른 것보다 단백질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싶다. 열량을 제한하더라도 밥을 반공기 덜어내어야지 닭가슴살이나 장조림을 덜어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오히려 단백질은 현대인의 식단에서 더 추가되어야만 한다. 이는 다이어트 식단일수록 더욱 그러한데, 현대인들은 기껏해야 식단의 15퍼센트 정도만이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비만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탄수화물의 비중이 높을수록 살이 더 찌기 쉽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한 것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단백질은 왜 중요한가

매일 자라는 머리카락과 손톱, 피부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외부의 이물질에 대항하여 싸우는 항체나 면역 화학물질, 그리고 각종 호르몬이나 효소, 혈액을 응고시키는 인자들, 헤모글로빈, 근육을 수축시키는 액틴, 체중의 40%를 차지하는 근육. 심장을 펌핑시키는 근육.

이 모두가 단백질이다. 단백질이야말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이러한 구성은 매일 끝없이 리모델링 된다. 전체의 3% 정도에 해당하는 단백질이 매일 쪼개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 리모델링 되는 단백질의 2/3는 기존의 단백질을 재활용한 것이며 나머지 1/3은 새로 음식을 통해서 들여온 단백질이다.

열량을 무조건적으로 제한하는 식의 급격한 다이어트를 할 때 피부의 탄력이 감소하고, 근육이 감소하여 몸매는 볼품 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열량이 제한되고 있을 때 뇌에 당질을 공급하기 위해서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포도당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지방산은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단백질 식단을 비롯한 열량 제한식에서는 근육단백이 빠르게 소실된다. 심한 경우에는 부정맥이나 심근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단백질은 오히려 평소 습관보다 더 먹어야 한다. 고단백질 식단은 식욕을 억제하게 해주면서도 지방을 제외한 체중을 유지케 만들어준다. 미국 페닝턴 생의학 연구센터에서는 3그룹으로 나누어 전혀 운동을 시키지 않은 채 식단에서 단백질의 비중만 5%, 15%, 25%를 달리했다. 그리고는 체중에서 필요한 열량보다 매일 1천 칼로씩 더 먹였다. 그러자 2개월 뒤 결과는 놀라웠다. 단백질의 비중이 가장 낮았던 집단에서 잉여 칼로리의 90%가 체지방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집단은 50%에 불과했다.(수렵채집인의 식단을 구현하고자 할 때 현대인에게 적정한 단백질의 비중은 20~25% 정도다) 운동을 하지 않고 단백질의 비중만 높여도 제지방의 비율이 유지된 것(오히려 증가했다)이다.

그렇다고 아무 단백질이나 먹어도 될까

반드시 음식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필수 아미노산이 있다. 반대로 얼마든지 스스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을 비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한다. 이러한 아미노산들이 서로 결합하여 다양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함유한 단백질일수록 좋다. 식물성과 동물성을 굳이 비교하자면 동물성 단백질에서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은데 무작정 권장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지방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소고기의 마블링과 돼지 고기의 비계 등을 떠올려보라. 황제 다이어트의 창시자인 앳킨즈도 심혈관계 질환으로 죽었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면서도 고단백을 유지할 수 있는 음식으로는 닭가슴살, 붉은 고기의 살코기, 바다 생선과 해산물, 무지방 코티지 치즈, 그리고 콩, 두부가 있다. 다이어트 식단에서 이들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제지방을 유지하면서 지방만을 쏙 빼는 비결이다.

사람마다 얼마나 단백질을 먹어야 되는지는 제각기 다르다. 대체적으로 일일 총 1000칼로리의 식사라도 60g은 단백질로 섭취해야 하며 150칼로리씩 늘 때마다 단백질의 양을 10g씩 늘려주면 적당하다.

:)
비만한 여성이 생리불순으로 고생한다면 이들은 먼저 살을 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지방을 빼야 한다. 내장 지방은 인슐린의 민감성을 낮추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케 한다. 이는 SHBG의 생산을 감소시키고 자유남성호르몬 지수를 상승케 한다. 또 이러한 자유남성호르몬들은 지방조직에서 다시 에스트로겐으로 방향화되고 체내에 상승된 에스트로겐은 FSH 음성 되먹이기, LH 양성 되먹이기를 통해 LH/FSH의 비율을 높인다(다낭성 난소 증후군에선 2이상). 그렇게 되면 배란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필코 지방을 빼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이어트 식단에서 단백질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서 단박에 계단 2층까지 걸어올라가보자. 그런대도 숨이 차지 않는다면 기뻐해도 좋다. 당신의 몸은 우리 선조들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운동 부족으로 정말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을까?

텍사스에서 약 3만 여명을 대상으로 8년간 집요하게 각자의 사망 위험률을 계산하는 연구가 있었다. 흔히 생각하듯이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흡연, 체력 부족은 중대한 위험인자였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독립적인 위험인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체력부족이었다. 담배를 피우고, 고혈압이 너무 지나치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아도(물론 이것은 명명백백한 위험이지만) 체력이 강한 자들은 체력이 약한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률이 더 낮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담배연기를 모르고 살았더래도 체력이 부족하면, 체력이 좋은 흡연 여성에 비해서도 생존 확률이 더 낮았다.


핀란드의 연구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과도한 비만은 사망 위험을 54%, 고혈압은 132%, 당뇨는 138%, 흡연은 274%(놀랍다 컥 !!!!!!!!!)을 높였다. 그러나 1위는 단연코 체력부족으로 사망 위험을 285%나 증가시켰다.

신체적 재능과 명예

불과 몇 백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몸은 늘 꾸준히 움직였다. 건강은 부수적으로 찾아왔으며 어떤 시대와 어떤 지역에서는 얼마나 헬시한지가 명예와도 관련이 있었다. 

기원전 400년 그리스 반도 스파르타에서는 약한 아이가 태어나면 황량한 산기슭에 내다 버렸고, 생존한 아이들은 7살 때부터 군인이 되는 훈련을 받았다. 이들이 장성하면 근육질에 싸움을 잘했고 성욕이 왕성하며 전장에서는 아테네인을 죽이는 데 열의를 보였다. 

17세기 경 브라질에서는 아마존을 다스리려 하는 사람에게 몇 가지를 요구했다. 과묵해야 했고 경박하지 않아야 했고 자식을 키우는 데엔 관심이 없으며 무엇보다 재규어를 죽이는 데 능숙해야 했다. 재규어 이빨이 목에 많이 걸린 사람일수록 그는 추장에 더 가까워졌다.

현대엔 굳이 그런 신체적 재능이 없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친절한 태도, 예술적 솜씨, 기술적 능력 등, 신체적 재능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졌다 하더라도 신체적 재능에 주어지는 명예가 축소되어졌다는 점(일부 운동선수를 제외하고) 역시 우리의 몸을 기꺼이 게으르게 만들었는 지도 모른다.

늘 몸을 움직여라

진화의학은 1만 여년 전의 수렵채집인과 현대인의 유전자가 그리 다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활은 너무나도 다르다. 우리의 삶은 확실히 분리되었다. 굳이 나가서 먹을 것을 사냥하고 채집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음식을 확보할 수 있다. 당시 수렵채집인의 삶에서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운동'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우리가 몸을 움직임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은 너무나도 많다. 그 중에서도 근육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의 근육은 '절약 모드'와 '활동 모드'의 끊임없는 교대를 통해 물질대사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근육은 활동 모드일 때엔 당을 적극적으로 흡수한다. 따라서 자주 근육을 단련시킨 사람들은 인슐린의 효율이 더 좋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의 경우엔 몸에서 혈당이 치솟더라도 근육이 계속 쉬고 있기 때문에 저 많은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어야 하는 것.

이러한 차이가 같은 유전자를 같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비만이 되고, 누군가는 건강한 체격을 유지하는 이유가 된다. 마치 애리조나와 멕시코에 살고 있는 피마 인디언 족처럼.

못다한 이야기 :)

생리불순과 고인슐린혈증은 깊은 연관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글을 읽어보길.

인슐린 저항성과 불임 이야기
고작 생리가 불규칙할 뿐인데 당뇨와 관련이 있다고?


현대에서 완벽히 통용되는 관념 중 하나는 '군살 없이 날씬한 몸매'가 '성적 매력'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1904년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다던 대회의 우승자는 161센티미터에 61킬로그램의 여성이었다).  또 몇몇의 상업적인 시도들은 '날씬한 몸매'를 '건강함'과 연결지으려 한다. 그들이 썩 흡족하다고 생각하는 괜찮은 표현은 '탄력적인' 몸매다.

'지방은 무조건 나쁜 것이고 근육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은 완벽히 남성적인 관점임에도 현재 이런 관점은 여성에게 무자비하게 적용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지방량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지방을 덜어내는 것이 건강의 척도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화제가 된 꽃미녀 배우 이시영의 체지방률이 대중들의 인식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그녀의 체지방률은 채 10퍼센트가 되지 않은 9.8퍼센트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얼굴이 아름다운 것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왔다. 그녀는 분명히 대중들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도 많이 놀랐는데 그게 건강에는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다. 지방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지방도 적절히 유지하면서 운동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 여성에게 지방은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몸의 비중에서 지방을 덜어낼수록 몸매가 직선화되는 것은 맞지만(그것이 대중들에게 탄력적이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로 인식된다) 여성에게 지방은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절자의 역할도 있다.

대개 정상적으로 월경을 시작하려면 체질량의 17퍼센트는 지방으로 채워져 있어야 하고, 월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수치가 22퍼센트로 높아져야만 한다.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이 수치가 이즘으로 어떻게 고정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체지방이 17% 이하로 내려갔을 때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명백하다. 평소에 여성의 혈류를 흐르는 안드로겐은 남성의 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그것마저도 지방조직에서 거의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체지방이 극도로 낮아졌을 때는 전환되지 못한 안드로겐이 여성 생식의 단계를 전반적으로 억제한다. 무뢰배가 되는 것이다. 이는 생리주기의 규칙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여드름을 유발하고 악화시키기도 한다(안드로겐은 피지의 생산을 유발하고, 면역을 약화시킨다).

"지방도 적절히 유지하면서 운동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여배우 이시영의 충고를 많은 여성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는 여성들 책상에는 과자 봉지나 음료수, 초콜릿 등이 유난히 많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그런 식습관을 가졌다면 오히려 역효과일지도 모른다. 한 번 탄수화물 중독증에 걸려 버리면 그 증상들이 공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선 몸이 무거워지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척 힘이 들고 개운하지 않다. 하루 종일 피곤하고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기억력과 집중력 모두 떨어지며 식사만 하면 몸이 나른해지며 졸음이 몰려올 것이다. 공부에 피크를 올리다가도 극적으로 혈당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면 기운은 쭉 빠지고 식은땀이 나면서 불안해 할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빠진 이들에게 말을 건다면 분명 그들은 까칠하게 대할 것이다.

하루 아침에 식습관을 교정하기는 힘이 들지만 몇 가지를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있다.

  1. 간식거리로 과일을 먹자(칼로리가 조금 높더라도 단맛에 길들여진 식습관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혈당을 느리게 올리는 탄수화물을 주로 먹자(흰 빵이나 흰 쌀밥보다는 정제되지 않는 현미, 잡곡, 그리고 채소, 버섯, 해조류 등 섬유질이 듬뿍 들어 있는 음식을 먹는다)
  3.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고,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되며, 무엇보다 복부의 지방을 덜어내는데 탁월하다)
  4.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들과 더 어울려 지내자(생각보다 꽤 중요한 것이며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탄수화물에 더 집착할 수 있다)


이 중 당신에게 해당하는 것이 일곱 개 이상인가?
아침을 배불리 먹고도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배가 고프다.
밥, 빵, 감자침, 햄버거, 단 음식 등을 먹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음식을 금방 먹은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다.
음식을 보거나, 냄새 맡거나, 상상만 해도 먹고 싶은 자극을 받는다.
가끔 계획했던 일이나 약속 등을 저녁식사 후 게을러져서 취소하곤 한다.
정말 배고프지 않은데도 먹을 때가 자주 있다.
밤에 잠들기 전에 뭘 먹지 않으면 잠들기 힘들다.
식사 때 배불리 먹으면 나른하고 힘이 없다.
오후 3~4시쯤 되면 피곤해지고 배고프다.
배가 불러 거북한 데도 계속 먹는다.
다이어트를 계속하는데도 그때붙이고 다시 살이 쉽게 찐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렇다면 당신은 '탄수화물 중독증'이다. 우리가 먹고 싶어하는 것은 '고기의 육즙'이 아니라 '빵의 달달함'이며, 치킨의 닭고기 육질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통닭을 감싸고 있는 튀김의 바삭함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왜 이리도 우리는 당에 집착할까?

"인간의 진화 과정 내내 입 안의 단맛은 위장 속으로 당분이 들어간 후 혈류로 흡수될 것임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그렇다면 단맛이 대사 과정을 재빨리 재조정하여 비축되어 있던 지방 및 탄수화물이 혈당으로 전환되는 것을 중단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1999) 214p

달리 말해 입 안에 초콜릿이나 하나 들어왔다고 하면 우리 인체는 '이제 음식물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난의 허기진 상태가 이제 곧 끝난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까닭이 있을까? 이처럼 수백 만년의 진화 과정 동안 단 맛을 갈구하고 집착하는 욕구를 발전시키는 것은 곧잘 이로운 일이었다. 가짜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가 대거 식생활에 등장하기 전까진 말이다.

이른바 달콤한 독인 셈이다. 특히 당과 밀가루가 함유된 식품들이나 하드롤, 콘플레이크 비스킷 같은 곡물 가공식품들은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를 빠르게 치솟게 함으로써 보다 더 중독적이다. 분명 이런 식품들은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없던 것들이다.

우리 몸은 여기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자주 문제가 되는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는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한 음식물의 성분들에 대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우리 몸은 석기시대>(2011)의 저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의 식습관은) 육식을 많이 한 지난 500만 년 동안의 영양 공급 패턴들과 심하게 다르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당을 세포에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몸은 수문을 열어젖히는 인슐린을 아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세포들은 이러한 상태를 계속 방치하지 않는다. 세포들은 둔감해지고 인슐린 호르몬에 덜 반응하게 된다."

이런 허접한 음식들을 많이 먹을수록 젊은 여성들의 생리주기도 불규칙해지기 마련이다.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의 생산이 감소함으로써 활성형 안드로겐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이는 생식의 전 단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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