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 한 명을 치료하는 것이 부인 열 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왜 그러한가?"
"여자는 본디 남자보다 욕심이 많아 병이 배로 잘 걸리고 질투, 성냄, 연민, 애증이 깊어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여 병의 뿌리가 깊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의 저자 루안 브리젠딘이 동의보감을 보면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양의 오래된 통찰에는 깊이 공감할 수도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여자들의 침묵에는 뇌 회로 때문이다. 공포, 분노, 공격성을 담당하는 중추인 편도가 남자보다 더 작은 데 비해, 이를 억제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여자가 더 크기 때문에 여자들은 자연히 분노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해내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 아니라 뇌 회로가 종종 그런 반응을 방해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런 회로가 진화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그는 "분노를 자제함으로써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테면 여자의 분노는 종종 식량조달자인 남자들의 극단적인 반응을 더 많이 유발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설명도 있다. 소가 여분의 위를 통해 음식물을 반추하는 것처럼 여자들은 감정을 억제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는 회로를 발전시킨 것이다. 식량조달자인 남자가 떠날 때의 상실이나 고통을 미리 예견함으로써 분노를 자제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그 이유는 검증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수렵채집의 사회에서 여성들은 종종 남성들보다 덜한 노동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채집할 수 있었다. 아직 수렵채집 생활을 유지하는 부시먼 족의 주식량인 몬곤고콩의 채집은 여성이 주로 맡고, 이누잇족의 주식량인 생선잡이도 굳이 남성의 강한 근육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감정은 뭔가 특별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들의 뇌는 매순간 흔적을 추적하고, 타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며, 얼굴 표정을 읽어내고, 목소리의 톤을 해석하고, 감정적 뉘앙스를 평가하는 데 능하다. 이를 종종 '육감'이라고도 표현한다. 육감이 발달한 여성의 감정은 그 뿌리가 심원하고 다채롭다. 그렇기 때문에 '질투, 성냄, 연민, 애증이 깊은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들의 정서적 스트레스를 이해하기란 그래서 어려운 것일까? 루안 브리젠딘의 책은 뇌과학과 관련하여 많은 해답을 준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알랭 드 보통이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불안에 대한 해법이란 단순하다. 자신의 지위가 '한 가지 기준'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보통이 보여주는 인물들이란 "이성을 중요시 여겼던 철학자"."명예를 중요시 여겼던 중세의 신사", "용맹을 중요시 여겼던 전사", "자신의 재능으로 한 분야의 성공을 이룬 능력가", "자유로운 관념을 중요시 여겼던 보헤미안" 등이었다. 이들이 인정받기를 강박적으로 집착한 주제는 제각기 달랐고, 보통은 독자들이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을 위로하길 바랬을 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부'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19세기에 영국인들 역시 그러했는데 이에 대하여 매슈 아널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뭔가를 이렇게 굳게 믿기도 힘든 일이다." 그가 보기에 당시 영국인의 열에 아홉은 큰 부가 위대함이나 행복의 증거라고 믿었다. 여기에 대하여 보통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러스킨의 부에 대한 관점이다.

러스킨에게 "부"란 친절 호기심, 감수성, 겸손, 경건, 지성 같이 뭐든지 풍부한 상태를 의미했다. 그는 부에 관심을 가졌고 강박관념도 가졌다. 러스킨 같은 부에 대한 집착이 건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통은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물질적 축적은 그저 우리 삶의 방향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잘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고민하는 것을 이해하는 일이 제일 중요할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도움을 줄 지도 모르겠다.


"수십년간 과학자들이 스트레스의 맹윙 맞서 우리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입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일들이었다. 푹 쉬고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 우리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 혹은 종교 단체와 각종 공동체 그리고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며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

브루스 맥쿠엔 역시 스트레스에 대하여 새폴스키와 같은 입장을 내어 놓는다. "먼저 완전히 이해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나에 대한 근사한 이야기는 아무 것도 듣지 못할 거야." 그가 8장에서 전해주는 '스트레스에 맞서는 방법'들은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처럼 마치 너무도 대중적이고 친숙하여 그다지 새롭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의 부탁처럼 '스트레스'를 완전히 이해한다면 그가 제시하는 대안들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을 것이다.

허준은 의자(醫者)가 여성을 진찰할 때는 "늘 월경을 물으라"고 했다. 허준이 생각하는 '월경'에는 그 여자의 '먹는 것,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따위가 다 집약되어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월경'을 물어봄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환자의 정보는 단순히 '월경'만이 아니었다. 그 역시 할머니의 가르침 같은 뻔한 말을 제시했다. 잘 먹고 잘 잘고 잘 쉬고 마음을 편히 먹는 것.


"스트레스는 우리를 배고프게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스트레스는 우리가 먹은 음식이 신체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지방이 쌓이는 장소를 결정한다. 건강에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엉덩이나 허벅지 주변의 군살과는 달리, 복부 중앙에 쌓인 지나친 지방은 당뇨병 및 심장질환의 위험요소이다. (…) 복부 지방은 코티졸(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만성 스트레스는 더 많은 지방이 신체의 고위험 지역, 특히 복부에 더 쉽게 추적되도록 만든다."

"스트레스와 코티졸 수치 상승은 여성의 복부 지방을 증가시키는데, 정상적으로 체중이 증가할 때는 보다 안전한 장소인 둔부에 살이 붙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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