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를 괴롭히는 질환들에 대한 의학적 인식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면, 신체와 정신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인식, 감정과 성격이 실제로 신체의 모든 세포의 기능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를 다른 사람에 비해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스트레스의 역할, 우리 중의 일부가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것 그리고 질병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결정적인 견해가 그러한 것들이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마음이 무슨 힘이 있을까? 이 물음에 오랫동안 천착한 동서양의 오랜 의가들은 시대를 달리하며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마음은 몸을 갉아먹을 수도 혹은 위로할 수도 있다.' 갈렌은 네 종류의 체액에 따라 사람의 기질이 결정되며, 이를 반영한 세익스피어는 <리처드2세>에서 '분노에 불타는 제군들에게 자신의 담즙질을 잘 처리하도록 부탁'했다. 이제마는 각자의 체질에 따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최우선으로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태음인은 항상 겁내는 마음을, 소양인은 항상 두려운 마음을, 소음인은 항상 불안정한 마음을, 태양인은 항상 급박한 마음을 경계하면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마음의 영향력은 역사의 다른 층위에서 다른 용어로 기술되곤 했다.

<스트레스>의 저자 로버트 새폴스키의 가장 큰 공은 "불투명한 스트레스"의 개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그 작업의 시작은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다양한 호르몬들과 뇌 부위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되도록 쉽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스트레스와 특정 질환들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어 광범위한 영역에서 마음의 영향력이 뻗침을 보여줬다.

특히 7장은 생리를 잃어버린 여성들이 꼭 놓치지 말아야할 장이다. 스트레스는 배란을 억제하고, 생리를 늦추고, 성욕을 감퇴시키고,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 이 모든 인과는 명확하며 그 과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여성이 스스로 갖고 있는 스트레스를 보다 더 잘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위로의 작업이고 확신의 작업이다.

18장에서는 새폴스키가 추천하는 '스트레스 관리'들이 나열되어 있다. 몇은 대중적인 것이고 몇은 낯선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 습관을 들이더라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새폴스키는 말한다. 그에게서 그 한 가지란 '운동'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마음이 얼마나 강력하게 몸을 갉아먹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동양 의학의 오래된 관찰 중에 '남성스러운 기질'을 타고난 여성을 포착해내는 몇 가지 징표들이 있다. 이를테면 "키가 크다거나, 피부색이 검다거나, 살결이 거칠다거나, 어깨가 발달했으나 골반이 작다거나, 얼굴형이 네모나거나, 광대뼈가 발달했거나, 코가 크다는 것"들이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BC 4세기 전부터 기록되어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전해져왔다. 당시의 관념은 이러했다. '남성스러운 기질'을 소유하고 있는 여성은 자신의 '고유한 성 기능'이 방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준 역시 이런 문제에 집착했다. 그가 엮은 동의보감 <부인>편의 중심 주제는 "임신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경이 고른 것이 중요"했고, 그가 생각하기에 '월경이 고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여성의 외관'은 "지나치게 뚱뚱하거나, 너무 여위거나, 얼굴이 너무 곱게 생겼거나, 너무 험상궂게 생긴 여자"를 의미했다.

현대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성화'의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외형을 언급한다. '남성화'란 여성에게서 안드로겐이 증가하여 나타나는 신체 모습의 변화를 싸잡아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음성이 굵어지거나 유방이 위축되거나 근육질이 증가하거나 음핵이 비대해지거나 음모 주위의 털이 많아지거나 하는 것이다. 인상이 험상궂어질수록 난소나 부신의 종양을 의심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친숙하고 현실적인 원인들도 있다. 술 한 두잔은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증가시킬 뿐더러 프로락틴을 분비시킨다. 담배 한두 모금엔 여성 호르몬에 반대되는 물질이 들어 있어 남성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당지수가 높은 허접한 음식들로 허기를 채우는데 급급한 식생활 역시 인슐린의 분비를 폭주케 하여 결과적으로 활성형 안드로겐의 수치를 더 높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생리가 늦어질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루이스 프타슥은 생체시계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4시간 마다 자전하는 지구에서 진화해왔다. 우리 내부의 시계는 우리가 잠자고 깨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누군가 아프리카 오지체험을 갔다오고 나서 "이렇게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들어온다는 세상에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집단들은 그 고마운 '빛'으로 인해 밤의 수면을 포기하고 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다 높은 보수와 복지에도 측은함, 안타까움, 동정감 같은 것이다.

19세기에 전기와 가스등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간사회가 구할 수 있는 조명이라곤 태양을 제외하곤 극히 드물었다. 식물 기름, 불, 골풀 양초, 고래 기름으로 만든 양초 따위였고 그렇기 때문에 고맙게도 인간의 활동은 낮 시간에만 한정될 수 있었다. 해가 뜨면 밭으로 나가 삶의 터전을 일구었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휴식하고 이내 잠들었다.

이들의 생체시계는 곧 자연이 주는 빛과 거의 일치했다. 동양의 오래된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빛에 순응된 삶'과 '건강'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현인들이 전해주는 양생의 술이란 "해가 길어지는 봄과 여름에는 잠자리에 늦게 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해가 짧아지는 가을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며, 본격적으로 해가 짧은 겨울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늦게 일어나는 것"으로 단순했다.

1992년 일본에서 122명의 교사, 67명의 직장인, 377명의 간호사, 133명의 교대 공장근무자, 67명의 유흥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불규칙한 생리주기의 유병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교사의 13.1%, 직장인의 14.9%, 간호사의 24.9%, 공장근무자의 36.8%, 유흥업소종사자의 40.3%가 생리불순이었다. 어떤 이들은 생리가 빨라지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느려지기도 했다.

밤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리가 불순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규칙한 교대패턴 혹은 수면이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여?' '밤일을 한다는 자기 내면의 이질감?'

이들은 오히려 '빛'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야간의 수면에서는 프로락틴과 멜라토닌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프로락틴은 젖분비 호르몬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발되기도 한다. 어떤 경로로 분비됐든 프로락틴은 여성 생식의 전반적인 단계를 억제한다. 해가 짧은 지역의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대체로 늦는 것이 이와도 관련이 있다. 야간에 일을 하는 여성들이 낮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느라고 시간을 보낸다면 이들은 언제 태양과 같은 밝은 빛을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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