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의학의 오래된 관찰 중에 '남성스러운 기질'을 타고난 여성을 포착해내는 몇 가지 징표들이 있다. 이를테면 "키가 크다거나, 피부색이 검다거나, 살결이 거칠다거나, 어깨가 발달했으나 골반이 작다거나, 얼굴형이 네모나거나, 광대뼈가 발달했거나, 코가 크다는 것"들이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BC 4세기 전부터 기록되어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전해져왔다. 당시의 관념은 이러했다. '남성스러운 기질'을 소유하고 있는 여성은 자신의 '고유한 성 기능'이 방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준 역시 이런 문제에 집착했다. 그가 엮은 동의보감 <부인>편의 중심 주제는 "임신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경이 고른 것이 중요"했고, 그가 생각하기에 '월경이 고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여성의 외관'은 "지나치게 뚱뚱하거나, 너무 여위거나, 얼굴이 너무 곱게 생겼거나, 너무 험상궂게 생긴 여자"를 의미했다.

현대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성화'의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외형을 언급한다. '남성화'란 여성에게서 안드로겐이 증가하여 나타나는 신체 모습의 변화를 싸잡아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음성이 굵어지거나 유방이 위축되거나 근육질이 증가하거나 음핵이 비대해지거나 음모 주위의 털이 많아지거나 하는 것이다. 인상이 험상궂어질수록 난소나 부신의 종양을 의심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친숙하고 현실적인 원인들도 있다. 술 한 두잔은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증가시킬 뿐더러 프로락틴을 분비시킨다. 담배 한두 모금엔 여성 호르몬에 반대되는 물질이 들어 있어 남성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당지수가 높은 허접한 음식들로 허기를 채우는데 급급한 식생활 역시 인슐린의 분비를 폭주케 하여 결과적으로 활성형 안드로겐의 수치를 더 높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생리가 늦어질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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