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생명체 내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 내 환경이 조절되고 있으며, 역동적인 변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항상성을 찾아간다. 여기에는 자율신경계,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면역계, 내분비계 등 다양한 시스템이 서로 협력하고 균형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자극, 때로는 반복적인 자극에 대하여 알로스테시스를 유지하는 비용은 부담적인 측면으로 비유되고 있으며, 이런 비용들이 증가하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진행한다.1)

한의학의 망(望, visual inspection), 문(聞, listening and smelling), 문(問, questioning), 절(切, palpation)을 통해 얻는 정보는 이러한 역동성과 과부하(allostatic load)의 메시지를 모두 포착해내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징후(sign)와 증상(symptom)의 관련성을 추적하고, 여러 개의 단일 지표들이 나타내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뜻 보면 기술적이면서도 현상론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한의학적인 질병 사유의 모델이 ‘하나의 질환에 하나의 표적을 대상으로 하는 획일적 치료(one disease-one target-one-size-fits-all)'의 개념은 아닌 것이다.2)

따라서 생리통의 환자를 볼 때도 주소(chief complain)에 집증하기보다 생리통이라는 페르소나를 벗겨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평소의 월경주기나 월경의 기간 그리고 월경 혈의 양 등을 문진함으로써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기능적 상호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일차적으로 본다. 월경의 주기가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것, 월경의 양이 평소 많거나 적은 것, 월경의 혈괴의 유무, 혈색이 진하거나 연한 것 등은 모두 환자의 HPO 축의 총화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볼 수 있는 소중한 정보다. HPO 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아서 가능한 모든 의심을 파쇄하고 원인에 대한 정치한 이해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다.

자율신경계(autonomic system)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활성은 HPO 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상기되거나 나빠 보이는 안색, 평소의 배변 습관(변비인지, 변비와 설사를 교대로 하는지), 소화력(자각증상, 트림 등), 냉증, 어깨 결림, 두통 등 생리통에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요인들도 환자들에게 직접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맥동의 양상이지만 당시의 일관된 맥동을 파악하여 정보를 얻기도 한다.

직업력이나 평소의 식습관 등은 현대사회에서 체질에 선행하여 같은 하나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인자가 될 수 있다. 곡물 위주의 식사나 기름진 식사(특히 동물성)의 여부를 보기도 하고, 끼니를 자주 거르는지도 확인한다. 야간 근무나 교대 근무의 여부를 물어보기도 한다. 비슷한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 된다.3)

환자의 짜증, 성냄이나 불안이 섞인 목소리가 힌트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환자가 생리통에 대하여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살펴본다. “자궁을 들어내고 싶어요.” “통증이 너무 심해 죽고 싶을 때도 있어요.” “생리통 개객끼.” 등의 표현을 들으면서 환자가 통증을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4)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어진 정보는 증상과 징후의 패턴을 파악하는데 이용되고, 그로써 의사는 생리통의 페르소나를 나름으로 벗겨내어 의학적 개입의 방점을 어디에 둘지 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처방은 다양해진다. 당귀작약산, 당귀건중탕,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 도핵승기탕, 통도산, 계지복령환, 안중산, 오수유탕 등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해진다.

생리통에 대하여 가장 많은 근거를 축적해두고 있는 처방은 단연코 당귀작약산(일본한방의학kampo medicine의 toki-shakuyakusan(TSS))이다. 당귀작약산의 강점은 배란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5) 그러나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첩약과 한약제제의 의약품 논란과 맞닿아 있다. 의약품이 요구하는 안전성, 유효성, 균질성, 안정성의 문제가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당귀작약산은 생리통의 치료에 대하여 Possibly effective의 평가를 받고 있고, 추천 강도는 B(inconsistent or limitedquality patient-oriented evidence)등급이다. 선택적 COX-2 억제제, Mirena, 경구 피임약 등과 같은 수준이다.6)

임상에서 쓰이는 많은 처방들이 ‘의약품 논란’과 ‘evidence의 요구’에 걸쳐져 있다. 각계의 노력으로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되길 바라면서 하나와 토시히코의 비공식 진료 이야기7)를 옮겨와 본다.

“1992년 3월 21일. 이날 토쿄는 계절에 맞지 않게 눈이 내려 아주 추웠다. 외래진료를 하고 있는데 대합실이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젊은 여성이라고 생각되는 형용할 수 없는 ‘요염한’ 비명과 같은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간호사가 와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가 월경통이 아주 심하여 쭈그리고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침대위로 올리려고 했는데 아파서 올라갈 수 없었다. 맥을 봤다. 맥은 마치 고전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가늘어서 끊어질 듯한(脈細絶)’ 상태였다. 그러나 얼굴은 상기되어 붉었다. 복진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맥상만으로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이 틀림없다라고 생각하여 급히 조제실에서 추출물제제를 가져오게 하였다. 시험삼아 간호사에게 stop watch로 측정하게 하였다.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 추출물제제 5g을 내복시켰더니 30초 정도가 지나 고통의 헐떡임이 약해지고, 3분 정도 지나 거의 아픔이 상실되고 5분 후에는 완전히 소실되었다. 한약은 ‘바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놀라운 효과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Suggested Readings
1)  Bruce S. McEwen, Peter J. Gianaros. Stress- and Allostasis-Induced Brain Plasticity. Annu. Rev. Med. 2011. 62:5.1–5.15

2) 「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5) -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번역 링크
3) Bruce S. McEwen, Protective and Damaging Effects of Stress Mediators, N Engl J Med 1998; 338:171-179

4) 원발성 생리통의 생활관리4: 스트레스 ‘아니아니 아니 되오’

5) Proctor M, Farquhar C. Dysmenorrhoea. Clin Evid 2002;(7):1639-53.

6) French L. Dysmenorrhea. Am Fam Physician. 2005 Jan 15;71(2):285-91.

7) 하나와 토시히코, 한방진료의 레슨, 2001, 고려의학(원판은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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