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여 년까지


인류의 선조들은 1만 년 전까지 아프리카의 아열대 지대, 빙하기의 유럽과 북극, 남서아프리카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환경에 적응했고 환경의 차이에 따라 독특한 생활양식을 발전시켰다. 어떤 곳에서는 채집을 위주로 작은 동물을 사냥했고 어떤 곳에서는 순록이나 들소 떼를 몰아 사냥을 했으며 어떤 곳에서는 계절에 따라 식량 조달을 달리했다. 200만 년 넘게 안정되고 잘 적응된 생활을 지속해온 이들의 삶의 양식은 제각기 달랐으나 이들의 식단 구성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인류 역사의 99퍼센트에 달하는 이들의 식단은 단백질의 비율이 19~35퍼센트, 탄수화물의 비율은 22~40퍼센트, 지방의 비율은 28~47퍼센트였다. 

빙하기에는 순록의 이동 경로를 따라 거주지를 계속 옮겼고 인류의 조상들은 주로 늙고 병든 것을 사냥했다. 한 철을 나는데 필요한 만큼의 고기를 구하면 사냥을 멈추었다. 강 기슭에 살던 수렵채집인들의 주식은 연어나 민물고기였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후는 온화해졌고 커다란 짐승들은 삼림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다. 조상들은 다시금 생활방식을 변화시켰다. 이들은 수렵보다는 채집의 비중을 높였고 보다 작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조개 혹은 물고기를 주식으로 삼았다. 1만 년 전쯤엔 지구상의 전  대륙에 인류가 정착했다. 

수렵채집인들의 식단 구성은 놀랍게도 비슷한데 이러한 구성비는 아직도 수렵채집의 문화를 갖고 있는 "서남 아프리카의 부시먼 족", "아프리카 적도 지대의 숲에 사는 피그미 족", "동아프리카의 하드자 족",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몇몇 부족",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 원주민들", "북극 지대의 이누잇 족", "남아메리카의 열대 삼림에 사는 원주민들"의 것과도 비슷한 것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부시먼 족의 주식은 몬곤고 콩이다. 몬곤고 콩은 같은 양의 곡물에 비해 5배의 칼로리, 10배의 단백질을 갖고 있다. 한 줌의 몬곤고 콩은 밥 1100그램에 해당하는 칼로리, 그리고 쇠고기 450그램과 같은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는 것이다. 한 부시먼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몬곤고가 있는데 왜 우리가 경작을 해야 하는가?"


(ref.  http://www.new-ag.info/en/focus/focusItem.php?a=794 "Mongongo - a tough nut worth cracking")


농경의 시작부터 200여 년 전까지


1만 년 전 지구의 인구는 400만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의 인구는 수렵채집의 삶이 가능한 최고의 한계였다. 만약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면 “좋거나 싫거나 조건이 나쁜 땅에 사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들은 빈약한 자연 환경을 삶의 터전을 가꾸기 위해 “땅을 개간하고, 곡물을 파종하고 가꾸고 수확하고, 가축을 돌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만 년 전 자연스럽게 ‘농경’과 ‘목축’이 시작됐다. 경작할 토지가 부족해지면서 동물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나타났다. 단백질의 주공급원은 생선이나 습지에서 사냥한 고기뿐이었다. 1만 년 전부터 인류는 그 전에는 먹지 않았던 곡물을 주식으로 삼게 되었다.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아졌다. 
 
늘어나는 인구의 압력에 더욱 집약적인 식량 생산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농업은 오히려 인구를 더욱 부채질했다. 비효율적인 농경 체계로 인구는 언제나 지나치게 많았고 수확량이 감소하기라도 하면 그 해의 인간 사회는 극도로 침체됐다. 토양은 척박해졌고 동물은 살 땅이 줄었다.

“200년 전까지도 세계 도처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었다.” 
 
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은 거의 식물성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쌀이, 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가, 유럽에서는 밀이 주식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열량의 98퍼센트를 식물, 주로 쌀에서 섭취했다.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소와 곡식 죽과 빵으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식단으로 생존을 유지했다. 고기와 생선은 상류층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 (…) 당시 대다수 사람들에게 식량은 곧 채소를 의미했다. 따라서 거의 모든 땅이 경작지로 이용되어 목초지가 대단히 적었고, 이에 따라 가축을 먹일 곡물이 부족했다. 가축이 있다 해도 생산량이 적었다.”
 
음식의 질은 분명히 저하했다.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인류의 몸집은 작아졌고, 영유아 사망률은 높아졌고, 전염병은 늘었고, 철분 결핍 현상이 빈번히 나타났고, 뼈가 약해지고, 충치가 생겼다.”


지난 20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지난 2세기 동안 인류의 식생활에 세 번째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강대국들은 새로운 토지를 찾아 헤맸고 거기서 나온 식량을 원활하게 자신의 나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운송 수단과 냉각 기술이 발달했다. 이런 교역의 형태는 1950년까지 유지됐고 이미 1850년 이후 선진국에서는 농업의 기계화와 집약화로 농업의 생산성이 극도로 향상됐다. 19세기 말 신기술의 개발로 가공 식품을 만들어 파는 식품 공업의 형태가 생겨나기도 했다. 운송 수단의 발달, 저온 살균법, 냉장 저장의 기술이 도입되고 상하기 쉬운 우유와 유제품을 가공할 수 있게 됐다. 인류의 식생활은 너무나도 큰 변혁을 맞았다. 
 
우선 설탕의 소비가 증가했다. “16세기까지 감미료는 꿀밖에 없었고, 북아메리카에서는 단풍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메이플 시럽이 쓰일 정도였고 전체적인 소비량도 낮았다.” 그러나 제3세계의 사탕수수 농장의 증가로 설탕의 생산과 소비는 급증했고 1750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연간 설탕 소비량은 1.8킬로그램, 현재는 55킬로그램까지 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단’ 음료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공식품의 섭취가 폭증했다. 전형적인 가공식품의 예는 흰 빵이었는데 이는 겨와 씨눈을 제거함으로써 섬유소와 영양소를 대폭 줄인 것이다. 14세기에 처음 선보인 흰 빵은 식량이 남아돌 때 만드는 ‘기호 식품’의 성격이 강했다. 19세기 들어 곡물의 공급이 원활해지고 1850년 이후 선진국 사람들의 대부분, 20세기에는 거의 흰 빵을 먹었다. 또 도정된 곡물들을 가공하여 콘플레이크, 비스킷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소비는 1910년 이래 3분의 1로 줄었다. 더군다나 개량된 현재의 품종들은 1만 년 전에 선조들이 섭취하던 것들에 비해 식이섬유의 양은 훨씬 적었다. 그마저도 통조림의 형태로 가공되면 영양소마저 파괴됐다.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가 엄청나게 늘었다. 농가에서 소량으로 생산되던 치즈는 19세기에 처음으로 공장이 세워졌고, 최초의 버터 공장은 1861년 미국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마가린처럼 완전히 인공적인 식품도 개발됐다. 식물성 기름을 경화하면서 발명된 트랜스 지방산은 그때부터 식생활에 침투되기 시작하여 제과 제품과 인스턴트 제품의 소비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식생활을 장악했다. 지방의 섭취는 인간의 역사를 통해서 꾸준히 늘다가 19세기 후반이 넘어 식단의 32퍼센트를 구성했다. 
 
현대인이 소비하는 식량의 4분의 3은 ‘영양소와 무기질이 파괴되어 있고’, ‘방부제, 유화제, 안정제, 염료, 감미료, 표백제 따위의 첨가물이 들어 간’ 가공 식품의 형태이다. 
 
대단히 인공적으로 동물을 가두면서 기르는 것은 20세기에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아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돼지가 돌아누울 수도 없을 만큼 좁아서 언제나 배를 깔고 누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랐고, 수 세기 동안 가금류나 사냥용 새는 어둡고 막이 쳐진 새장에서 자랐으며, 거위는 발을 마루에 묶어 키우거나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 병아리 때부터 발을 잘라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는 동물의 사육이 보다 집약적이 되었고 보다 규모가 커졌다.

“닭은 바글거리는 울타리 안에서 자라며, 소는 좁은 축사에서 자라고, 돼지는 움직일 수도 없이 작은 우리에서 부대끼며 자란다. 이들은 죽은 동물의 고기나 음식 찌꺼기를 먹고, 성장 호르몬을 먹고, 항생제까지 먹는다. 물고기조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어의 경우 붉은 색의 살을 만들기 위해서 사료에 염료를 넣기도 한다.” 운동 따위는 모르고 자란 동물의 살코기는 소고기의 경우 포화지방산 함량이 50퍼센트에 달하기도 한다. 
 
다량의 지방과 당의 형태로 된 고농축 탄수화물이 널리 퍼진데 힘입어 현재 서구식의 식단은 탄수화물 52퍼센트, 단백질 16퍼센트, 지방 32퍼센트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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