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석기시대"의 저자인 데프레프 간텐 등은 "다양한 집단들이 매우 열심히, 때로는 지나친 사명감을 띠고 이런 저런 음식을 옹호하며 싸우는 이유"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원래 올바른 식생활 따위란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그저 어떤 특정한 음식이나 영양법이 좋다는 주장에 대하여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지 검토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진화적 관점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이를테면 인체가 매우 장기간에 걸쳐(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인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나 저자들은 500만 년 전을 이야기했다) 특정한 음식에 적응해왔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런 식단에 잘 적응한 개인일수록 유전자를 더 잘 퍼뜨려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주하여 정착한 환경에 따라 민족의 고유한 식생활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농경민족이었고, 탄수화물을 식단의 70~80%로 구성했을 정도로 쌀을 최우선 주식으로 삼았다. 아직도 시골에서 어르신들은 밥 한 공기를 담는 그릇이 상당히 큰데 그분들은 여전히 총 섭취에너지의 70% 이상을 탄수화물로 드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슐린 분비 경향은 서구인들과 상당히 다르다. 서구인의 반 정도 되는 적은 양으로도 혈중의 포도당을 다 처리할 수 있다. 즉 굉장히 효율적이다. 


1만 년전과 현대의 식습관 비교


특히나 진화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비만'의 이야기는 이제 너무도 흔한 것이다.  "비만은 1만 년 전 인류의 유전자와 현대인의 유전자는 그리 변한 게 없음에도 급격히 변해버린 환경 때문에 생겨버린 문명병"이라는 평가다. 

비만을 문명병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을 구하기 위하여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먹고 싶으면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육체활동을 해야만 했는데, 때로는 녹초가 될 때까지 움직여야 했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방식 중 가장 큰 식생활에서 "운동"과 "식사"의 분리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식습관도 확실히 변했다.

인류의 유전자는 세 번의 큰 변혁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아주 아주 아주 길고 오랜 750만 년(나무에 매달리고 직립하고 수렵 채집을 하기까지), 그것보다 짧은 1만 년(농경의 시작), 것보다 훨씬 훨씬 훨씬 훨씬 짧은 200년(가공 식품의 폭주, 한국인은 40년 정도)이 바로 그것이다. 


그 기간 동안 다량 영양소, 미량 영양소의 조성이 변했고, 섭취하는 음식들의 당부하지수(Glycemic Load)가 변했고, 지방산의 조성도 달라졌다. 그 뿐 아니라 섭취하는 음식들의 나트륨 대 칼륨 비,산염기 평형식이섬유의 양도 변했다.(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포스팅할 예정) 

인류의 긴 역사에서 고작 200년의 격변은 오로지 자연선택에 의해서 인체가 완전히 적응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만해지고 당뇨에 걸리고 심장병으로 쓰러진다. 여기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우리의 인체가 가장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식생활을 찾는 것일수가 있다. 로렌 코데인 같은 영양학자들이 수렵 채집인의 삶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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