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성 비만일수록 생리불순의 위험도는 비례하여 높아진다. 복부에 쌓인 내장 지방들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필요한 인슐린의 양은 더 많아진다. 그로 인해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의 생산이 감소하고, 자유 안드로겐의 양은 더 많아진다. 그 결과 여성의 생식주기가 억제되는 것이다.

원래 가임기 여성들은 뱃살에 대해서 에스트로겐의 보호효과가 있다. 에스트로겐이 복부를 제외한 엉덩이, 허벅지 등으로 지방을 선택적으로 침착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배형'이라고 하는 체형이 여성에게서 보다 특징적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의 기능이 떨어지는 폐경기 중년의 여성이나 혹은 남성에게서 뱃살이 늘어나고 팔다리가 상대적으로 얇아보이는 체형(사과형)이 되는 것도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이 둘을 특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지표는 바로 허리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비율(WHR, waist-hip ration)이다. 물론 육안상으로 확인가능하기도 하다(ㅋ). 사과형은 허리가 엉덩이보다 크기 때문에 WHR이 1보다 크고, 배형은 허리보다 엉덩이가 크기 때문에 WHR이 1보다 작다.

여성의 경우 당연히 1보다 작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WHR은 호사가들 사이에서 여성성을 바라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다산을 상징하는 여러 조각상(뷜렌도르프의 조각상은 제외하고, 이것은 너무 비만이다. 역사가들은 이를 '다산'의 상징이라기 보다, 배불리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상상'의 의미라는 견해도 있다)이나 미술작품 그리고 여성성을 뽐내는 미인대회 선발자들의 평균이 바로 0.7이하에 머물러있다는 사실이다. 

몸무게는 점차 가벼워졌을지라도 WHR의 비율은 놀랍게도 고정되어 있다. 1970년대의 섹스 심벌이었던 마릴린 먼로는 지금보면 통통한 몸매이지만 36-24-36으로 WHR이 0.66이었고, 말라깽이였던 케이트모스는 33-24-35로 WHR은 0.68이었다. 스티븐 핑커는 이에 대하여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사춘기부터 골반이 커지고, 또 임신 기간 동안 신체에 공급할 칼로리 저장을 위해 엉덩이에 지방이 쌓이기 때문"이고, 이는 곧 젊음, 건강, 임신하지 않은 상태 혹은 임신한 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여성들도 과연 그러할까?

나는 여기에 부정적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그것을 주로 먹는 것으로 풀며, 그렇다고 해서 몸 마저 게으르다면 줄자를 꺼낼 것 없이도 WHR의 비율은 0.7을 훌쩍 넘어버릴 것이다. 

뱃살에 대한 불편한 진실 첫 번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식욕을 증진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두 가지 축이 있는데 교감신경계가 관여하는 보다 빠른 반응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이 관여하는 내분비계가 있다. 그 중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HPA axis의 최종 결과물로서 이것이 바로 식욕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개인차가 있다. 남들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누구는 체질적으로 보다 많은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분비된다든지, 항상성이 무너져 스트레스가 끝나더라도 반응이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다든지 하면 이들의 식욕은 무한정으로 자극될 수 있다. 이들을 주로 보면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뱃살에 대한 두 번째 진실은 "스트레스가 끝나는 시점에서 사람들은 보통 당분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미친듯이 초원을 달리느라고 소비했던 에너지를 다시 보충하기 시작하는 때 에너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장 빨리 공급될 수 있는 형태에 더 끌리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단 것을 섭취하면 실제로 스트레스가 완화되기도 한다. 메어리 돌먼은 "당분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고 복부가 팽창되었을 때 스트레스가 완화되었고, 이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분비나 교감 신경계의 활성 감소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뱃살에 대한 세 번째 진실은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복부에 선택적으로 지방의 저장을 촉진하여 사과형 체형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복부의 지방 세포에 더 감수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질 코르티코이드에 반응하여 지방을 저장하는 효소를 활성화하는 수용체가 둔부보다 복부에 훨씬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복부의 지방 침착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이 높은 농도로 유지되고 있을 때에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 즉 식욕이 증가되어 이를 과식이나 당분이 과한 음식으로 몸의 기대에 부응했을 때에 뱃살의 축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앎으로써 막을 수만 있다면

실제로 그럴 수 있다. 물론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노출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매니지먼트는 한국에서는 유난히 취약한데 여기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들 생각하듯이 스트레스라는 개념 자체는 전혀 모호하지 않으며 이미 많은 부분이 안개에서 걷혀서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먹는 것으로 푸는 습관을 지양하고, 과식하는 습관 역시 피하며, 초콜릿을 먹는 대신 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한다면 뱃살이 생길 이유가 없다. 뱃살이 일단 찌기 시작하면 이때는 매일 30분씩 숨을 헐떡이는 정도의 고강도의 운동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뱃살을 빼는 O가지 동작, 뱃살을 빼는 O가지 스트레칭 등을 아무리 따라해도 뱃살이 빠지지 않는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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