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자신의 """불규칙한 생리(특히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 둔감하다가 어느 순간 촉각을 곤두 세우는 경우가 두 가지 있는데 이 모두는 임신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미혼으로서 덜컥 임신이 되어버렸으면 어쩌나'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때가 되어서 임신의 준비가 되었는데 그제서야 불규칙한 생리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임신'의 문제를 벗어던지면 '불규칙한 생리'에 대한 불안의 수위는 현저히 낮아진다. 이때부터는 보다 '먼 미래'가 되는 것이다. 보다 '가까운 일'이란 피부 트러블 개선, 다이어트, 실루엣 가꾸기, 주름 생기지 않게 막 웃지 않기, 땅도 바라보지 않기 등이 된다.

특히 매끈한 근육으로 슬림하게 뻗어 있는 몸매나 동안 외모는 현대의 상업적인 마케팅에서 '건강함'이라는 덕목과 연결되어, 이를 추종하는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얼마 전 한 케이블 프로에서 의사들이 대거 나와 '소녀시대'의 미모 서바이벌을 펼친 적이 있었다. 여기서 이들의 건강을 우려한 의사는 내 기억에 내분비 내과 교수님 한 분 뿐이셨다. 그분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해서 저체중이 가져올 수 있는 생리불순과 기타 호르몬 불균형의 문제를 우려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재미와 자극적인 소재를 뽑아내려는 시시껄렁한 분위기에 그저 묻혀버렸다.

허준의 시대에 부인을 치료할 때 가장 큰 원칙은 '조경(월경을 고르게 하는 것)'이었다. 고른 월경의 주기를 갖고 있는 부인은 건강한 것이었고, 부인의 질환을 치료하기 앞서 어떤 증상임을 막론하고 먼저 월경을 물었던 것이다. 월경을 물음으로써 허준 시대의 의자들은 부인의 생긴 것, 자는 것, 먹는 것,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일체를 염두에 두었는데, 이는 부인의 체형이나 자고 먹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따위가 모두 월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에서도 이는 별반 다르지 않다. 월경은 뇌(뇌하수체, 시상하부)와 난소의 완벽한 협연에 의해서 주기를 완성한다. 그러나 이 주기를 위협하는 것들이란 프로락틴, 당질 코르티코이드, 인슐린, 에스트로겐, 안드로겐 등으로 이들은 각기 다른 질병의 이름으로 혹은 다른 환경의 산물로 불렸다. 

부시먼 족들은 평생 20여회의 배란만을 한다. 2세기 전만 하더라도 평생 100여회의 배란만을 했다고 추측된다. 이들의 초경은 늦었고, 자녀의 수는 많았으며 수유는 젖이 나올 때까지 했다. 현대인들은 훨씬 많은 350~400여회의 배란을 한다. 

모니터링할 횟수는 훨씬 많아졌지만 현대의 여성들은 훨씬 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몸은 더 게을리 움직이며, 허접한 음식은 훨씬 더 많이 먹고, 때론 아예 먹지 않는다. 만약 현대의 여성들이 350여 회의 배란을 모두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초경이 늦거나 자녀를 많이 낳아서 수유의 기간이 오래되어서라기 보다는 바로 앞과 같은 문제들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신경하다. 불편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월경을 고르게 하는 일이 이렇게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찌감찌 떨어졌던 적도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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