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전기와 가스등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가 구현할 수 있는 조명이라곤 고작해야 불, 식물 기름을 이용한 등, 골풀 양초, 고래 기름으로 만든 양초 따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활동이란 태양빛에 구애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해가 뜨면 일터로 나갔고 해가 지면 돌아와서 이내 휴식을 취하고 곧 잠이 들었다.이들의 생체시계는 즉 자연이 알려주는 시간과 일치했다.

하지만 요새는 교대근무를 통해서 야간에 밤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야간에 일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야간에 일을 하는 밤샘 직장인들도 많아졌다. 이들의 수면 질과 양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사람이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하면 지속적으로 혈압이 상승하여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률이 높아지고, 초조하고 신경질적이며 때로 무기력해진다.

여성들에게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생리불순'이다. 1992년 일본에서 여러 직업군을 대상으로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정도를 조사했더니 직장인의 14.9%(아마도 밤샘 근무나 중간 서열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 폭격?),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24.9%, 역시 교대근무를 하는 공장 근무자의 36.8%, 그리고 유흥업소 종사자의 40.3%가 생리불순이었다.

특히 밤에 주로 일을 한다거나 수시로 낮과 밤의 일이 교차되는 직업군의 생리불순에는 '만성적인 수면부족'이외에 뭔가가 더 있음이 분명하다.

빛의 부족, 빛의 부족, 빛의 부족, 빛의 부족, 그리고 빛의 부족

1992년 오스트리아에서 두 명의 과학자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온 간호사 5명의 혈액을 채취했다. 그리고 하루 동안 수시로(심지어 자고 있을 때에도) 혈액을 채취하여 그들의 혈청에서 프로락틴의 농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했다. 이들은 분명 생리불순을 '프로락틴'과 연결시키려는 것이었다.

프로락틴은 원래 '젖분비 자극호르몬'으로 유명한 뇌하수체의 호르몬이지만 스트레스 분야에서는 생식계의 기능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것(LHRH의 뇌하수체에 대한 감수성을 저하)으로 더 유명하다. 프로락틴의 분비는 정상적으로 야간의 수면 시에 멜라토닌의 농도와 더불어 상승하여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최고점을 찍는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과학자들에게 손목을 잡힌 간호사들의 일중 프로락틴 리듬은 두 가지가 달랐다. 프로락틴의 기저치가 높아서 마치 지속적으로 상승된 것처럼 보였고, 프로락틴의 최고점이 야간 근무를 하는 동안과 낮에 수면을 취하는 동안 두 번 나타난 것이다.

2~10만 룩스의 태양 빛과 1000~2000룩스의 형광등

밤에 일을 할 땐 최대한 밝은 빛에서

황제 내경 <사기조신대론>편에 보면 사계절의 양생법이 나와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고 자는 것(이 방법을 회사에서 채택해준다면 감사하게도 겨울에는 무지 많이 잘 수 있다!!!)"과 그리고 "나가서 산보하면서 빛을 많이 쬐는 것"이었다.

고대의 가르침을 원칙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변용할 수는 있다. 현대에서 빛의 활용은 야간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효과적이다. 야간 근무를 들어가기 전에 30분 정도 인위적인 빛을 쬐게 하고 일을 하는 도중에도 15분 정도씩은 다시 빛을 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인체에게 지금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일종의 속임수지만.

(출처 : www.shoppersdrugmart.ca에서 업어옴, 사족이지만 B는 만 룩스까지 가능하다네요. 여기 장사꾼 아님요ㅋ)

그렇지 못하다면 최대한 밝은 빛에서 일을 하는 것도 방편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최대한 빛을 차단해야

물론 수면을 취할 낮에는 인체가 '밤'으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일을 마치고 나서는 한껏 멋드러진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집에 귀가하는 도중 있을 태양빛의 폭격을 최소화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이중 블라인드 등 빛을 최대한 차단하여 숙면에 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야간노동을 하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한 대안은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2011년 미국에서 22~45세의 7만 1천명 이상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요지는 "최근 2년간 20개월 이상의 교대근무를 한 여성들은 하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23퍼센트나 더 월경주기가 불규칙했다"는 것. 이들의 주기는 21일으로 극히 짧거나 40일 이상으로 아주 길었다.

1992년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377명의 간호사 중에 불규칙한 생리주기로 고생하는 이들의 비율은 무려 24.9퍼센트였다. 

루이스 프타슥이 보기에 자전하는 지구에서 낮밤이 바뀐 삶에 적응한 인류의 생체시계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어떤 사람이 밤에 일해서 결국 밤낮이 바뀐 삶을 산다면 생물학적으로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거장인 로버트 새폴스키는 자신의 명저 "스트레스"에서 '스트레스와 수면'에 대하여 한 장을 기꺼이 할애하며 이렇게 말했다. "밤 시간대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일을 계속해도 별로 익숙해지지 않는다. (…) 야근이나 밤낮이 바뀌는 일이 심장 혈관 질환, 소화기 질환, 면역 억제, 불임 등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것이다."

오랜 기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 사람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에게는 만성적으로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수준이 높았으며, 해마를 포함한 측두엽 부위의 크기가 작았다. 해마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수준을 감지하여 스트레스 반응을 종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물론 해마는 기억의 '비계'로서 너무 유명하지만)이다. 비유하자면 영양이 사자를 피해 안전하게 도망쳤다면 얼마 되지 않아 스트레스 반응이 종결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채 심장이 벌렁 벌렁 날뛰고 오랜 기간 동안 주위를 둘러보느라 불안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밤낮이 바뀌는 일을 하는 분들은 특별히 자신의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야간근무가 몸에 미치는 로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의원이 더 신경써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노동부의 권고안과 여기에 대한 민노총의 의견서(2002년에 모두 벌어진 일)가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다. 

What To Do


1일 근무시간은 8시간 이내로 최대한 단축한다. (민노총 의견서, 2002)

야간 근무일 때는 근무시간에 잠자는 시간(2시간 이상)이 포함되어야 한다. (민노총 의견서)

야간 근무는 최대한 연속 2일 이내로 줄여야 한다. (민노총 의견서)

야간 근무 후 휴일최소 48시간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 (민노총 의견서)

교대순환은 야간 근무시 누적 피로를 회복하기 위하여 전진근무방식(데이-이브닝-나이트-데이..)으로 한다. (노동부 권고안, 2002)

근무시간 종료 후 11시간 이상의 휴식(노동부), 24시간 이상의 휴식(민노총)

 야간 근무는 최소 2인 이상(노동부, 민노총)

 야간 근무는 월 7일 이내로 제한(노동부)

교대근무표는 최소 1개월 전에 통보해야 하고, 변경은 최소한 7일 이전에 알려주어야 하며, 본인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민노총)
  :) 새폴스키는 삶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스트레스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주 38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단축(노동부)

휴일을 자연력 1일을 보장하라(민노총) :)일례로 새벽 네시에 퇴근하여 다음 날 오후 네시에 출근한 경우 36시간을 쉬었어도 매일 출근한 것임. 따라서 노동부의 휴일 기준(24시간 보장)은 자연력 1일로 보장할 것이 민노총의 의견.


더 읽어보면 좋을 글:)

생리가 불순하시다구요. 밤에 뭐하세요?
테레진 여성의 54퍼센트는 월경이 멈췄다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해야 하는 이유


체질상 팔다리가 가늘고 길어 열을 잘 빼앗기기 쉽고,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해 살이 잘 붙지 않는 사람들의 냉증에는 생강이 좋다. 이런 여성들에게 추천하는 생강은 맛이 맵고 향이 강한 것일수록 좋다. 생강의 매운 맛은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어 장의 운동성을 높여주고 결과적으로 소화력을 좋게 해준다.

만들기

생강을 얇게 썰어 3일 정도 말린다.

냄비에 말린 생강 3g, 찹쌀 9g과 물 2컵을 넣고 약한 불에서 끓인다.

물이 반으로 줄면 체로 걸러내고 물을 마신다.


말린 생강죽도 좋아요

냄비에 말린 생강 10g과 대추 10개를 넣고 물 12컵을 부어 약한 불로 40분 정도 끓인다.

이를 체에 쏟아 나무주걱으로 대추는 으깨어 약물 10컵을 만든다.

두꺼운 냄비에 불린 멥쌀 2컵과 약물을 넣어 센 불로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여 죽이 잘 어우지도록 끓인다.


효능 :) 냉증으로 인한 복통과 설사, 산후 하복통, 생리통, 수족 냉증이 있는 여성에게 좋다.

참고 :)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한방체질약차 110% 활용법
 


한방에서 여성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여성의 온혈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채로운 방법으로 언제든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식은 몸에 불씨를 지피기 위해 가장 고전적으로 행한 방법은 외부에서 열을 주입하는 것이었다. 심부까지 열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었다.

확실히 여성이 호소하는 냉증은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스트레스, 갑상선기능저하증, 빈혈 따위는 모두 냉증을 유발하거나 혹은 온도에 대한 감각을 왜곡시켜 추위를 보다 고통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개개의 경우 생리주기의 규칙성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이들에게는 온혈성을 개선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생리주기의 규칙성을 회복시켜주는 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될까? 우선 몇몇 개원의들은 시험관 아기 시술의 성공률이 높은 계절로 봄과 여름을 꼽는다. 가을과 겨울에 비해 성공률이 몇 만배를 상회한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번식욕과도 관련이 있다. 봄과 여름이 되어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에 이르면 몸에서 멜라토닌의 분비는 줄어들고 세로토닌의 분비가 늘어나 기분이 좋아지고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멜라토닌의 농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생식세포의 발달이 억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생식력과 관련이 있으며 실제로 겨울이 긴 위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여성들의 생리주기는 보다 길며, 같은 위도 지역이라도 여름보다 겨울에 생리주기가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과 관련된 이야기이고, 처음으로 돌아와서 정말 추위생식력과 관련이 없는 것일까? 사람이 추위에 떨면 열량을 제한하거나 체중을 감량했을 때처럼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디포넥틴의 농도가 증가한다. 아디포넥틴은 그들의 생화학적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간의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근육의 지방산 산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킨다.

그러나 아닌 사람들도 있다. 혈장 아디포넥틴의 농도가 낮은 사람들, 추위에 반응하여 그다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은 대개 유전적이며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샤론 모알렘은 <아파야 산다>(2010)에서 불리한 환경에서 적응한 형질이 당시 생존에 성공하고도, 현대에는 질병으로 기록되는 사례들을 몇 가지 제시한다. 그 중에는 극한의 혹독한 추위에 견디고 살아남은 북유럽 조상들의 이야기가 있다.

17세기 북유럽

미국 천문학자 앤드루 엘리컷 더글라스는 17세기의 전세계 상황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이테는 나이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습하고 따뜻한 해에는 나무의 성장이 두드러져 나이테 역시 두껍게 나타나고 반대로 춥고 건조한 해에는 나이테가 얇게 나타난다. 나이테 1개당 1년씩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7세기 경에 약 100여 년간 기온이 크게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전세계는 극도의 혹한에 시달리고 있었다.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1657년에는 덴마크 주변의 발트해가 얼어 붙었고, 라인 강, 엘베 강 역시 얼어붙었다. 1655년과 1659년에는 강원도의 바다가 얼어붙어 조선의 조정이 발칵 뒤집어졌다. 중국의 동정호, 태호 같은 아열대 강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사성 탄소에 의한 고고학 연대 측정의 결과 17세기 경 북유럽의 정착지는 유난히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 인간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샤론 모알렘은 그중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단기간에 무엇을 포기하고 그들은 생존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

그가 제시하는 주장은 이렇다. "혹독한 한파에 대처한 북유럽 조상들의 생존방식은 그들의 몸에서 수분을 줄이고, 혈당을 높임으로써 어는 점을 내림으로써 냉동에 극히 취약한 인체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이들은 스스로 당뇨화가 되는 길을 택했다. 후세에 이 유전자를 받은 후손들은 비슷한 상황이 되면 'on' 스위치를 누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결국 생존한다.


그러나 개체에 있어서 당뇨는 불임과 직결된다. 어떤 이가 추위에 대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이들에겐 무엇보다 몸을 따뜻하게 중요할 수도 있다. 굳이 외부적인 추위가 아니더라도 열을 잘 생산해내지 못하는 선천을 타고났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겐 당당히 "옷을 좀 입고 다녀라"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급격한' 다이어트로 인해 생긴 생리불순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는 체지방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호르몬의 균형(지방조직에서는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데 이 과정이 원활치 못하면 여성의 혈류에 활동하는 안드로겐이 많아진다. 이는 생식의 전반적인 단계를 억제하는 것이다)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즉 지방의 감량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음식을 지속적으로 제한하려 하면 생리불순이 일어날 수 있다. 단식 초기에 인체는 저장해두었던 포도당을 다 내어쓴다. 그마저도 24시간이 지나면 저장량이 다 고갈되는데 그때는 근육단백을 분해해서라도 뇌에 포도당을 공급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여의치 않게 되면 인체는 결국 지방 조직을 분해하여 대체 연료를 공급하는데 문제는 인체의 대사율이 극도로 낮아지는 것이다. 이는 갑상선 호르몬 농도의 감소(렙틴의 감소 때문으로 추정)로 인한 것이다. 기아 상태에 대비하려는 오랜 진화의 적응이며 이로써 우리 몸은 에너지 소비를 극도로 절약하는 체제로 돌입하는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면 몸에서는 이를 보상하고자 갑상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의 합성이 늘어나고 이는 뇌하수체에서 프로락틴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프로락틴이 생식계를 얼마나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지는 전편 '생리는 안 나오고 젖이 나오는 이유'를 읽어보자.


따라서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인체를 속이는 액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몸에서 나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무작정 제한하려 들면 인체는 보다 공격적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허기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 신호를 무시하려 든다면 그것은 '내가 이제 기아상태에 돌입하게 될테니 너도 대사율을 낮춰서 준비해둬'라고 미리 조언을 주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1. 소식을 해야 한다. 소식이란 "내 몸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만큼만" 음식을 먹는 것이지 배고프게 먹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절대로 끼니를 거르면 안 된다. 끼니는 거르지 않되 현 상태보다 양을 줄여(2/3에서 1/2로 단계적으로 줄이되 몸의 생리적 신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먹는 것이다. 조금씩 자주 먹는다면(물론 허접한 음식이 아닐 경우) 양을 줄여 하루 5~6회로 나누어 먹어도 괜찮다.
  2. 대신 끼니 외의 시간에 간식을 먹는 일이 없어야 한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초점은 칼로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끼니 외에 수시로 챙겨먹는 간식은 체내에서 인슐린 수치를 빠르게 높이는 허접한 음식이 많을 뿐더러 인슐린이 늘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경우 이는 '체내 저장 시스템'의 on을 켜놓은 것이다.
  3. 끼니 때 챙겨먹는 음식으로는 단위 무게당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챙겨먹는 것이 좋다. 채소나 해조류 버섯은 양을 풍부하게 먹어도 칼로리가 낮아 이런 음식으로 적당하다.
  4. 운동과 병행할 경우 단백질의 섭취가 부족하지 않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단백질이 함유된 식이는 열 발생 효과로 인해 대사율이 보다 오랜 시간 서서히 높아진다. 또 유산소 운동과 근육 부하운동으로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은 경우 기초대사량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오히려 높아진다).
  5. 술은 그 자체로 고열량 음식에다가 몸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므로, 다이어트 기간엔 금주를 해야 한다.



우리와 죽음 사이에 작성된 짧은 계약서에는 '장수와 성적 능력'간의 약관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개념은 1970년대에 영국의 톰 커크우드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일생 동안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지에 대하여 고민을 했다. 그가 생각한 커다란 두 기둥은 "몸을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과 "번식을 하고 자손을 기르는 성적 에너지 비용"이었다. 그는 태평양 연어를 예로 들었다. 태평양 연어는 평생에 걸쳐 딱 한 번만 번식을 한다. 그러나 연어들은 번식을 하는 동안엔 자신의 몸을 추스리는 데 드는 에너지까지 모조리 끌어다 쓰므로 번식을 하고 나면 불과 며칠 만에 몸이 산산조각이 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유기체들은 인간처럼 한 번 이상 번식을 한다. 따라서 더 멀리 내다보고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다. '때'에 따라 생식에 배분하는 양을 조절하고, 대신 몸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생식에 보다 에너지를 투자할 때는 반드시 우리는 풍족한 상태여야 한다. 어떤 종을 막론하고 한 동물이 성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하다.

닉 레인은 생식에 배분해야 될 '때'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에 주목했다. 그것은 바로 인슐린 호르몬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슐린은 장기간에 걸쳐 작용하는 같은 종류의 거대한 호르몬 집단과 함께 작용하며,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 인슐린은 행동에 돌입한다. 발달상의 변화를 일으킬 범위를 조절하고 짝짓기를 할 준비를 한다." 만약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다면 짝짓기의 준비를 최대한 보류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성적 성숙과 번식에 투자할 에너지를 몸을 유지하는 데 쓰는 비용에 더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영양부족이 만연한 나라에서는 흔히 저체중인 신생아들이 태어난다
이들의 생존 확률은 인슐린 저항성을 갖고 태어나는지에 달려있다

저체중의 신생아들은 몸집이 더 크고 힘이 센 신생아들에 비해 죽을 확률이 높지만 인슐린 저항성은 생존의 확률을 높여준다. 인슐린 저항성은 여러 스트레스에 대하여 전반적인 내성을 가져다줌으로써 생존을 높인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몇 가지 단백질과 유전자들이 활성화된다. 이들은 여러 기관들이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게끔 막아 혈당량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돕고, 대사율 역시 낮추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생존에 성공한다면 이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

처음의 개념으로 돌아온다면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보내는 풍족의 신호'를 뿌리치고 성적 발달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여성에게서는 고인슐린 혈증은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의 생산을 감소시켜 활성형 안드로겐을 증가시킨다. 그 결과 여성의 생식 전반에 걸쳐 억제 되고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장수와 관련이 있다. 성적인 능력을 포기하고 수명을 얻은 셈이다.

반전은 있다

인슐린 저항성의 반전은 현대인의 식습관과 맞물려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장수를 가져다 주는 반사적 이득은 오직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허기진 채로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는 점이다.

풍족한 생활 덕택에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또 먹는 우리들의 식습관은 인슐린을 폭주시키고, 정상인에 비해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개체는 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다 췌장을 혹사시켜야만 한다. 그 결과 얻는 것은 제2형 당뇨와 여러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사망이다.

열량 제한(calorie restriction)의 힘 

적절한 허기가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것은 1920년대부터 인식되고 있었다. 균형잡힌 식사를 하면서 정상보다 40% 정도 적은 열량을 섭취하는 쥐는 마음껏 먹는 다른 쥐들에 비해 1.5배 오래 산다. 또한 노화와 관련한 퇴행성 질환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런 일들은 인간에게도 확장되어 적용되지만 왜 그런 지 어떻게 그런 지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

열량 제한의 힘은 전반적인 에너지 요구량을 낮추면서도 오히려 에너지의 효율성을 개선시킨다는 점이다. 열량 제한은 언제나 미토콘드리아를 증가시킨다. 세포가 호흡을 하면서 내뿜는 반응성이 큰 '자유라디칼'은 미토콘드리아의 막에 의해 누출이 감소된다. 이로써 여타의 세포막, 단백질, 유전자 따위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그 효과는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먼 족 여성들은 아무도 피임약을 쓰지 않고도, 임신 걱정 없이 섹스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4년에 한 번꼴로 아이를 갖는다. 이에 대하여 많은 과학자들은 섹스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보이면서도 이들이 야만적이며 더럽다는 인식을 거두지는 않았다. 부시먼 족 여성들의 배란 억제에 대하여 초기 연구자들이 내어놓은 대답은 '영양실조'였다. 

'영양실조'는 아주 끈질기고 집착이 강한 두 과학자, 멜빈 코너와 캐럴 워스먼에 의해 폐기되었다. 이들은 부시먼 족 여성을 3년 동안 줄기차게 감시했다. 이들이 보기에 부시먼 족 여성들은 거의 하루종일 수유를 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허리 품에 보재기에 쌓인 젖빨이 아이들은 배고플 때마다 수시로 엄마의 젖을 자유롭게 빨았다. 아장아장 걷게 된 아이들도 뛰어놀다가 엄마의 젖이 그리울 때면 돌아와 모유를 먹었다. 코너와 워스먼의 기록에 의하면 이들은 하루 종일 거의 15분 간격으로 1~2분간씩 수유를 했다. 

결국 이들 자유로운 섹스의 비결은 수유로 인한 프로락틴이었다 
 
부시먼 족 여성들은 거의 만성적으로 몇 년동안 프로락틴의 수준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었고, 그 결과 배란이 억제되었던 것이다. 프로락틴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생리적으로 수유 뿐 아니라, 임신(10배), 운동, 고단백 식이, 배를 갈르는 수술 상황 심지어 전신마취 중에도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혈중에서 프로락틴의 농도가 높아진다. 수면 중에도 새벽 4시에서 6시경 한창 꿈을 꾸는 렘수면을 하는 동안에도 역시 프로락틴의 분비가 높아지는데, 이는 하루 중 가장 프로락틴의 농도가 높은 때이다.

병리적으로 혈중의 프로락틴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질환은 단연코 뇌하수체의 종양이다. 보다 덜 뚜렷하지만 더 흔한 경우는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 도파민 합성 억제제(정상적으로 도파민을 매개로 프로락틴을 억제하기 때문) 따위의 약물이나 시상하부 질환에 의해, 혹은 에스트로겐이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처럼 프로락틴의 분비를 더 유도하는 일에 의해(에스트로겐이나 갑상선 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의 프로락틴 분비 유도가 도파민 매개의 프로락틴 억제를 상쇄), 만성 신부전처럼 프로락틴의 대사율이 감소하는 일에 의해 일어난다.

어떤 연유든 고프로락틴 혈증은 유방에서 젖이 나오게 하고(대개 양측성이고 고프로락틴 혈증을 앓는 여성의 80%에서 나타남), 월경을 끊기게 하고, 심지어 불임에 이르기도 한다.

프로락틴은 여성의 생식계를 억제하는 호르몬 중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강력한 것이다. 새폴스키는 단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배란을 원하지 않는다면 단지 혈류 속에 이 호르몬을 증가시키기만 하면 된다." 설사 배란에 성공하고 정자와 만나 수정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착상에 이르는 길은 요원하다. 프로락틴이 프로게스테론의 효과를 저해함으로써 자궁 내막의 성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1899년 6월에 <피지컬 컬쳐 Physical culture> 여성판이 창간됐다. 초창기 선두주자인 베르나르 맥파덴은 19세기 말부터 미국 여성들에게 일종의 믿음을 암묵적으로 심어왔는데 그것은 바로 "근육"과 "미모"를 연결시키는 일이었다. 맥파덴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섬세한 근육 없이는 아름다움이 나올 수 없다."

당시 맥파덴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없었으나 1904년 맥파덴의 구호에 가장 완벽히 들어맞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대회가 있었다. 당시의 우승자는 "161센티미터 키에 61.6킬로그램의 체중, 가슴둘레 87.5센티미터, 허리둘레 62.5 센티미터, 엉덩이 둘레 90센티미터, 허벅지둘레 58.3센티미터의 몸매"를 가진 여성이었다.

2011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몸매라고 생각되는 대중의 인식은 이렇다. 161센티미터의 키라면 48.8킬로그램, 윗가슴둘레 82.915센티미터, 허리둘레 59.57센티미터, 엉덩이둘레 87.262센티미터, 허벅지둘레는 47.495센티미터를 가져야만 대중은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불과 100년의 시간동안 같은 몸무게에 12.8킬로그램의 지방이 가슴과 허리와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에 걸쳐서 쏘~옥 빠진 것이다.

이들의 생리는 괜찮을까?

여성의 지방조직은 과하나 적으나 문제가 된다. 과한 경우 지방조직은 그 절대적인 양보다도 '분포'가 더 문제다. 내장이나 복부에 지방이 몰려 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과 렙틴 저항성과 연관되어 있어서 그렇다. 여기에 대해서는 "집 나간 생리를 돌아오게 하려면 지방을 체크체크해야"

지방의 양이 적은 경우는 절대적인 문제다. 통상적으로 여성들이 월경을 유지하려면 체질량의 22퍼센트는 지방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월경이 끊기지 않으려면 최소 17퍼센트가 지방으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뼈 몸매 여성들처럼 이 양이 기준 아래로 확 떨어진다면 어쩔까?

에스트로겐이 적게 생산된다. 지방조직에서는 난소와 부신(특히 부신)에서 생산하는 안드로겐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효소를 갖고 있다. 여성에서 안드로겐은 남성 혈류의 채 5%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므로 균형을 깨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뼈 몸매 여성들의 없어진 지방조직에서는 이러한 5%가 이제는 충분히 위협적으로 변하게 된다. 뇌와 난소가 관여하는 생식의 여러 단계를 전방위에서 억제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하여 음식을 지속적으로 제한하면 
지방의 양이 과소해지기 전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질 수 있다 

음식을 지속적으로 제한하려 할 때 우리 몸은 이렇게 인식한다. "아 이제 기아가 시작되려나 보다" 수백 만 년 동안의 인간 진화과정 동안 끼니 때마다 배불리 밥먹은 역사가 얼마나 될까(수렵채집인들의 삶은 꽤나 풍족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영아 중 기형아 살해, 여자 아이 중 반 수 이상 살해 등으로 산아제한을 했기 때문, 그마저도 실패하여 1만 년전 농경을 촉발시켰다. 불모지로 밀려난 인구의 일부는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했으므로)

먼저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기초대사량이 뚝 떨어지는데 이로써 총 에너지 소비량이 훨씬 줄어든다.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 저하는 뇌와 난소의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생리주기를 위협한다. 

또한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된다. 직장 상사에게 욕을 듣는 것만큼 굶주림은 명백한 스트레스 인자다. 다이어트 초기에 식이를 극적으로 제한하려 할 때 허기는 더 자주, 더 강하게 출몰함으로 스트레스는 더 극심하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생리주기를 위협하는지에 대해서는 "테레진 여성의 54퍼센트는 월경이 멈췄다"를 참조. 

못다한 이야기

조선 시대 중기 허준은 동의보감 <부인>편에서 여성 건강의 가장 큰 원칙으로 "고른 월경"을 말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원칙을 신중히 새겨야 하는 여성들은 "성질과 품행이 나쁜 여자,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여자, 얼굴이 곱게 생긴 여자, 지나치게 뚱뚱한 여자", 그리고 "너무 여윈 여자"였다. 당시 조선 시대 백성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대식가였다고 알려져 있으나 일반의 삶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고된 노동과 불균형한 영양의 질로 여성들의 경우, 생리가 3달에 한 번 돌아와도 괜찮다고 보았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일부러 뼈몸매를 자처하는 여성들로 넘쳐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미적 관념"과 "건강"을 연결시키려는 상업적인 시도가 아닐까. 
 


What To Do

  1. 운동은 기분을 좋게 만들며 운동 후 몇 시간 또는 하루 정도는 스트레스 반응을 둔화시킨다. 
  2. 유산소 운동이 무산소 운동보다 건강에 좋다.
  3. 운동은 규칙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정말로 건강에 유익하려면 1주일에 몇 번, 한 번에 최소 20~30분 동안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명확히 밝혀져 있다.

 

What Not To Do

  1.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너무 과한 것은 너무 적은 것만큼이나 나쁠 수 있다.
  2. 정말로 운동을 하고 싶어서 해야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쥐들을 자발적으로 쳇바퀴 안에서 뛰게 두면, 이들의 건강은 여러 모로 향상된다. 강제로 뛰게 하면, 아무리 좋은 댄스 음악을 틀어 놓더라도 이들의 건강은 악화된다.

출처 : <스트레스>(사이언스북스, 2008) 596~597p


여성의 생리주기는 스트레스에 대하여 명백히 취약하며, 여성 역시 스트레스에 예민하다.

이에 대하여는

테레진 여성의 54퍼센트는 월경이 멈췄다
여자는 보다 예민한 동물일까?

또한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해소해야 하는 것이 건강상 이롭고, 또 옳다. 여기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해야 하는 이유

그러나 스트레스에 대하여 우리가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설사 어떤 전략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 자체가 바뀌는 것은 대체로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일 리도 없다.

그럼에도 이 땅을 살다간 많은 철현들은 나름의 식견을 가지고 공통적인 철학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일종의 꼼수와도 같은 것인데 우리가 상황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이러한 보편적인 책략은 다양한 포장지에 덮여져 대중들에게 선보여졌다. 때로는 "긍정"이라는 이름으로, "낙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세심하고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이에 대하여 로버트 새폴스키는 "인식적 유연성"이라 불렀다. 알맞은 때에 알맞은 인식의 전략을 고르는 것은 어떠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효한 전략인 것이다. 여우는 자신이 뛸 수 있는 최대 높이보다도 더 높이 달려있는 포도를 바라보며 "신 포도"라고 단정지었다. 후세의 사람들은 이를 "인지부조화", "허세", "허위의식" 따위로 불러댔지만 실은 여우는 자신의 마음을 위로한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장터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본 행인이 물었다.

"그렇게 욕을 듣고도 괜찮습니까?"

소크라테스는 대답했다.

"안 괜찮으면? 당나귀가 나를 걷어찼다고 내가 화를 내야 옳겠소?"

<불안 Status Anxiety>(알랭 드 보통, 2004) 156p


스트레스는 생리불순의 주요 원인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데 왜 그럴까?

지금부터 Go우~!


"얼룩말은 스트레스성 궤양에 걸리지 않는가?"
"심각하고 비정상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얼룩말이 궤양에 걸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

평상시 얼룩말이 받는 스트레스란 굶주린 사자를 대면하는 일 따위를 말한다. 얼룩말들은 살아남기 위한 즉각적인 생리학적 반응을 통해서 이런 응급상황에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굶주린 사자가 시야에서 벗어나고 안전을 확인하면 얼룩말들의 스트레스 반응은 종료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할까? 새폴스키는 우리 역시 얼룩말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굉장히 최적화된 적응이며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없어지면 그 반응 역시 깔끔하게 종료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일들이 만성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스트레스 반응이 '너무 자주' 작동되기보다는 '몇 달씩' 작동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왜 그럴까?

스트레스 반응의 기본 축은 시상하부(CRH)-뇌하수체(ACTH)-부신(당질 코르티코이드)이다. 부신은 기본적으로 무분별하기 때문에 보다 상위 레벨의 '반응 종료' 신호가 없으면 언제든지 혈중으로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폭격할 수 있다. 따라서 뇌에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높은 수준을 감지하고 '종료 버튼'을 지시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 로버트 새폴스키는 그것이 바로 '해마'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처럼 '몇 달씩' 스트레스 반응이 작동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많은 농도로 분비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해마의 신경세포에 독성을 나타낸다. 해마 신경세포는 퇴행되고, 해마의 부피 자체도 위축되어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용기들이 대거 탈락한다. 해마는 '스트레스 반응을 종결시키는'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부신이 무자비하게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분비하여도 해마는 그 수준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므로,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반응이 적절치 못한가?'라고 생각하는 것. 그러면 부신은 다시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혈중으로 폭주케 한다.

이것은 돌고도는 악순환의 문제다.

 



"아! 다른 사람의 눈으로 행복을 들여다보는 것은 얼마나 씁쓸한 일이냐!"
윌리엄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 5막 2장

"행복
명사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앰브로즈 비어스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인간의 조건을 관찰하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이웃들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 행복하고 그들보다 못하다고 느낀다면 불행하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거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였다. 그런 잣대는 우리와 비슷한 삶을 영위하는 준거집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웃풍이 심하고 비위생적인 오두막에 살면서 크고 따뜻한 성에 사는 귀족의 지배에 시달린다 해도, 우리와 동등한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이 사는 것을 본다면 우리의 조건은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것. 따라서 그런 같은 조건의 사람들을 보고 질투심이 생겨나는 것은 극히 드물 것이다. 아직 수렵채집의 삶을 영위하는 어떤 부족은 다른 이의 질투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오두막에 똥칠을 해놓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보통의 통찰은 이렇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그에 의하면 1만 년 전의 우리의 조상들은 코앞에 닥친 하이에나들의 킁킁거림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친구들이 얼마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느냐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누군가와 '비교'됨으로써, 혹은 비교함으로써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지 않을까? 그리고 어김없이 그러한 것들은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시킨다. 그것들이 어떻게 생리불순을 초래하는지는. . . 테레진 여성의 54퍼센트는 월경이 멈췄다



허준의 이야기

"부인의 병은 성인 남자의 병을 고치는 것보다 10배는 더 어렵다. 여자가 남자보다 욕심이 많아 병이 배로 잘 걸리고 질투, 성냄, 연민, 애증이 깊어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탓에 병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이제마의 이야기

"천하의 악은 어진 사람을 시기하며 남의 재능을 질투하는 것이다. 시기하는 여인네의 배필은 오직 어리석은 남자뿐이다. 이 둘은 오직 그렇게만 맺어지는데 이것은 만물의 이치다."

루안 브리젠딘의 이야기

"여자들은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편이 아니다. 여자가 분노를 표현해내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은 사회화의 결과만은 아니다. 그런 침묵은 뇌 회로와도 많은 연관이 있다. 심지어 여자들은 즉각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싶어도 뇌 회로가 종종 그런 반응을 방해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닥칠 보복이나 두려움 때문에 그런 반응을 억제하게 된다. 또한 여자의 뇌는 가능한 한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 이는 상대에게 화를 내면 관계가 끝장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분노와 갈등의 느낌이 올 때면 여성의 뇌에서는 거의 경련과 맞먹는 견딜 수 없는 활동을 초래한다."


동양의학의 오래된 관찰에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여성'의 외형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이들의 외관과 언사를 바탕으로 이들의 괴로움이 '마음의 병'을 유추하는 데 꽤나 도움이 되었다. 허준은 여성의 건강은 우선 월경이 골라야 한다고 함으로써, 월경의 불순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로 그 여성의 '성질과 품행'을 들었다. 모난 성질과 품행으로 그 여성이 생활에서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를 짐작한 것이다.

실제로도 여성은 보다 예민한 것일까? 우선 여성의 육감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육감만으로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남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결과물에 도취되어 있는 친구의 행복을, 그리고 배우자의 불륜을 느낀다. 브리젠딘은 육감이 '막연한 감정 상태'가 아니라고 말한다. "뇌의 특정 부위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는 실제적인 감각"이며 이는 "몸의 감각을 뒤쫓는데 이용되는 세포(거울반사신경세포)의 숫자와 관련"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의 숫자와 활동은 에스트로겐의 증가에 버닝된다.

게다가 여자의 뇌는 분노를 반추하는 뇌의 영역, 전전두엽 피질이 남자보다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과 분노를 제대로 표출해내지 못하고 속앓이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도 뇌 회로에서 방해를 받는 것이다. 마음병의 뿌리가 깊다는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천상 여자라면 스트레스가 난무한 현대를 살아가는데 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은 생리불순에 대하여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까?


"여기서는 아픈 사람들이 깃털처럼 가볍게 죽어 가고

죽을 때에는, 영원히 주는다."

1939년 나치가 프라하를 침공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독일 제국으로 편입됐고 그곳에 게토가 설치됐다. 게토는 최종적으로 아우슈비츠로 보내기 위한 일종의 중간 정거장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 설치된 게토는 '테레지엔슈타트 게토'였고 체코인들은 이를 테레진이라 불렀다. 1941년 10월의 일이다.

테레진은 기껏해야 최대 8천명이 수용될 수 있도록 지어진 공간이었지만 여기엔 일곱 배가 넘는 육만명의 사람이 모여졌다. 이들은 극도의 굶주림, 강제적인 노동, 만연한 질병 그리고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테레진에 도착한 여성, 그중에서도 가임기 여성의 54%는 한 달도 채 안되어 생리가 멈춰버렸다. 지방이 위험수준으로 감소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 몇 가지 극적인 예들이 더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극도로 격렬한 운동을 해야 하는 선수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정도가 심한 사람들(체중이 과도하게 손실되기 이전에 월경이 멈춘다) 역시 그렇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겪는 스트레스는 이처럼 극적이진 않더라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실체를 갖는 명확한 개념이라는 것은 로버트 새폴스키나 브루스 맥쿠엔의 대중적인 저서들로 인해 일반에 알려졌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되고, 시간적으로 뒤이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요동친 결과물 즉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혈중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 둘의 작용이 스트레스 반응에서 핵심이다. 그밖에도 엔도르핀이나 엔케팔린, 프로락틴 같은 호르몬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된다.

생리가 늦어지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꼽을 때 설명에 필요한 호르몬들은 바로 위와 같은 것들이다. 몇 가지 생리학적 기술을 이해한다면 보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마음을 보다 정확히 어루만질 수 있지 않을까?

첫번째 이야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은 황체형성호르몬 방출호르몬(LHRH)의 방출을 억제한다. LHRH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써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황체 형성 호르몬(LH)과 난포 자극 호르몬(FSH)을 방출케 하는 것이다. 따라서 LHRH는 여성 생식 주기의 첫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번째 이야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프로락틴은 LHRH가 뇌하수체에서 보다 덜 반응하게 만든다. 뇌하수체가 LHRH의 신호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LH와 FSH의 방출이 억제되는 것이다. 3년 동안 하루 종일 거의 15분 간격으로 1~2분 간 수유를 하는 부시먼 족 여성들은 프로락틴이 늘 높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들은 임신에 대한 부담감 없이 자유로운 섹스를 즐길 수 있다.

세번째 이야기
스트레스 반응의 대장 격인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프로락틴과 마찬가지로 뇌하수체의 LHRH에 대한 감수성을 억제할 뿐더러, 또한 난소에 작용하여 LH에 반응하지 못하도록 한다. 뇌와 난소를 어우르는 전천후 방해 공작인 셈이다. 또한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작용은 대개 몇 분에서 몇 시간에 걸쳐 지속적이기 때문에 이런 방해공작은 꽤 끈질긴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이야기를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여성의 몸에서는 '배란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월경은 느려질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리 기능은 힘겨운 시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검소해진다. 결코 헤프지 않다."""

닉 레인은 <생명의 도약>(2011)에서 고지대에 사는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적은 근육량의 마른 체격'에 대하여 위와 같이 말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이들의 안정시 대사율은 평지에 사는 우리에 비해 떨어진다.

중앙 아시아, 남아메리카 중부, 그리고 북아시아와 같은 산악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리기능도 지나치게 검소하다. 그러나 이들은 요오드 결핍의 문제 때문일수도 있다.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갑상선 종대, 갑상선 기능저하증, 크레티니즘 같은 갑상선 문제가 흔하다.

그러나 이제 갑상선의 문제는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는 2002년 12만8000명에서 2009년 28만9000명으로 2.3배,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17만3000명에서 23만3000명으로 1.4배가량 늘었다." 특히 국내에서 20~30대 여성의 갑상선 질환자는 2002년 9만 9266명에서 2009년 13만 6234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 수치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고 저하됨에 따라 유발되는 주증상은 대체로 '체온'과 '대사 항상성'의 문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리불순의 문제도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에서 여성은 성욕이 감소하고 유병기간이 길어질 경우엔 희발월경이나 무월경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생식력 역시 감소하고 유산의 위험성도 증가한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에서도 여성의 경우 희소월경이나 무월경이 쉽게 나타난다. 갑상선 질환을 방치한다면 '불임'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는지에 대하여 이렇다할 속시원한 해답은 없지만 그나마 설득력 있는 가설은 "갑상선 호르몬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그리고 난소의 대사수준을 조절함으로써 생식주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오래 앓은 사람에게 보통 나타나는 프로락틴의 증가(갑상선 호르몬 분비자극호르몬의 프로락틴 분비 유도와 프로락틴의 대사 제거율 감소 때문)가 생리주기의 규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리, 술이란 놈은 세 가지 것을 크게 자극하는 물건입죠. (…) 딸기코, 잠, 오줌 말입니다. 한데 색욕은 들쑤시기도 하고 잠재우기도 하지요. 욕망을 불러일으키지만 능력은 앗아가거든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에서 문지기의 입을 빌어 술의 해악을 전해줬다. 그럼에도 젊은 남녀들은 보다 '짜릿하고 재밌는 일'을 위해서 술을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얼굴이 벌개지고 가슴은 쿵쾅거리고 위장은 뒤틀려서 토할 지경에 이르러도 술자리가 주는 유쾌함과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는 외로워서 혼자 술을 기울이기도 한다. 간단히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다.

이 중 3가지 이상인가?

"일주일에 3회 이상 혼자 술을 마신다.   
평일에 퇴근하면서 술을 사갖고 간다. 
집에서 혼자 밥 해먹기 귀찮아서 술과 안주로 때운 적이 있다
혼자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겨 본 적이 있다   
집에 혼자 있다가 술 생각이 나면 사러 나간다.   
퇴근 후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조금씩이지만 혼자 마시는 술 때문에 살이 쪘다.  
같이 마시는 것보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더 편하다. 
나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3가지 이하이다.  
혼자 심심할 때 술 생각이 난다."

<[Talk, Talk! 건강상식]술 혼자 마시면 '알코올 중독'일까?>(헬스조선, 2011)

음주가 신체에 미치는 패악질은 성별을 차별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여성은 더욱 불리하다. 예전에 연구자들은 '본디 여성의 몸은 체지방률이 높고 수분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같은 알코올이라면 혈액의 양이 적은 여성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이 효소의 활동력이 70~80% 정도 더 좋기 때문에 알코올을 초기에 빨리 분해하여 해독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알코올이 이 효소의 도움을 빌면 아세트 알데히드가 된다. 아세트알데히드를 빠르게 분해하는 자가 술자리의 진정한 승자가 된다. 왜냐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쌓이면 얼굴과 가슴, 목 부위에 피가 몰리고, 토가 쏠리고, 맥박은 빨라지며,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아시아인의 절반 정도는 374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는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 중 '하나'가 바뀜으로써 비활성이 된다. 따라서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지는 '아시안 홍조'가 된다. 그에 비해 유럽인은 거의 모두가 술에 강하다.

그런 모든 악조건을 견뎌내고 기어이 여성이 술을 매일 한 두잔 홀짝인다면 어떠할까?

1. 몸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한다.
2.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하여 프로락틴의 농도 역시 증가한다.
3.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에 들지 않게 되면서 불면의 지옥으로 입장한다.
4. 그 결과 생리불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간이나 심혈관계, 임신 중 태아에 미치는 기타 로딩은 제외하더라도)


"렙틴을 아시나요?""""""""""""

'렙틴'은 체중과 지방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세트포인트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된다. 지방조직이 늘어나면 혈액 내 렙틴 농도가 올라간다. 평소보다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밸런스가 (+)로 기울면서 지방이 축적된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의 양도 증가한다. 렙틴은 '지방조직이 늘었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뇌는 이 신호를 받아서 식욕을 억제해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
  그렇다면 반대로 체중을 줄이겠다고 식사량을 '일부러' 크게 줄이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밸런스가 (-)로 기울면서 지방량이 줄어들면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의 양도 줄어든다. 이 신호가 뇌가 받아들여 에너지 섭취를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렙틴의 작용으로 몸속의 지방량은 큰 폭의 변화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용우 교수의 신인류다이어트 91~93p>(2006) 

평소에는 우리 몸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렙틴의 항상성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몸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게 된다면 어떠할까? 이를테면 살이 갑자기 빠지려고 할 때처럼 말이다. 우리 인체는 체중의 감소에 대하여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수백만 년간 기아를 예비하기 위한 우리의 시스템이다. 일례로 의도적으로 체중을 10% 증량시키면 렙틴의 증가는 고작 20% 정도인데 반해 체중을 10% 감소시키면 렙틴의 농도는 50% 이상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음식물 섭취량을 지속적으로 줄인다면 우리의 몸은 본능적으로 '기아상태'를 예비한다. 그 결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시스템이 'on'이 되면서 몇 가지 변화들이 나타난다. 먼저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기초대사량이 뚝 떨어지는데 이로써 총 에너지 소비량이 훨씬 줄어든다. 체중이 아직 감소하기도 전에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또 음식의 섭취를 자극하는 허기는 더 강하고 더 자주 출몰한다. 맛있는 음식의 냄새에 예민해지고 때로는 다른 사물이 음식으로 보이는 환각(?)을 경험키도 한다. 이를 모두 이겨내야 우리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하기도 전에 일어나는 '갑상선 호르몬의 저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의 항진과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농도 증가'는 생리를 불규칙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놀라울 정도로 지방을 덜어내는데 성공한다면 부수적으로 지방의 효과(안드로겐이 지방조직에 존재하는 효소로 인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가 상쇄됨으로써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면서 건강한' 다이어트의 책략들이 더 중요해지는 것일까.


한 개체에게 있어서 '생존'은 '번식'보다 더 위대한 목표일까? 적어도 당뇨병 환자들에게서는 그런 것처럼 보인다. 이들에게는 불임이 많다. 생존과 번식이 만약 양립할 수 없다면 이들은 '생존'의 유전자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다. 불임이 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어야 하고,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의 생산은 비례하여 감소한다. 그 결과 활성형 안드로겐이 많아져서 생식의 여러 단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역시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가 동반된다. 이들 역시 당뇨병의 발병 위험도가 높은데, 어떤 것이 선후인과인지는 더 상세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당뇨는 생활습관병, 문명병으로 불린다. 현대인들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도 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할 수 있을 뿐더러 당을 빠르게 높이는 허접한 음식들이 즐비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새들이 나우루섬을 날아들며 수백년간 인산염이 풍부한 새똥을 싸준 덕분에 급격히 부유해진 나우루 섬 주민들은 이런 이야기들의 단골 손님이다. 이들은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볼 수 없는 속도로 가장 빠르게 비만이 되었고, 가장 빠르게 당뇨로 고생했다. 이들 덕분에 제임스 닐 교수가 처음으로 '절약 유전자'를 착안하기도 했다. 절약 유전자란 "먹을 것이 풍부할 때 에너지를 잔뜩 저장해두었다가 굶주림을 버텨야 하거나 그밖의 힘든 상황이 길어질 때 이를 이용하게끔 유전적으로 조절을 받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나우루 섬 주민들의 절약 유전자는 그들의 조상이 오랜 굶주림을 버티며 나우루 섬으로 이주해올 때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 누구나 자동차를 몰고 미국식 식단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던 때에 그들의 체형을 최대로 비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유전자도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서구인들처럼 혈중에 폭주하는 당에도 췌장이 무덤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슐린이 '생존'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 말이다. 나우루 섬의 2세들, 3세들에서 당뇨병의 발병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물론 수천년간 쌀밥을 주식으로 먹은 민족이었기 때문에 대비책이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난을 벗어난 것은 채 오십년도 안 된 일이었다. 그 전까지는 엄청난 육체 활동을 통해서 하루를 벌어먹기도 힘든 나날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튼튼한 근육질의 다리를 갖고 있음에도 달리지 않고 거의 모든 범위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이 있음에도 움직이질 않는다. 또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들이 거의 쉴새없이 폭탄처럼 투하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은 '비만'과는 무관하게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신의 생리가 불규칙적이어서 고민이라면 그것은 '당뇨'와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 여성들 중 누군가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드름으로 고생한다. 꽤 많은 이들이 성인용 여드름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피부과는 성업 중이다. <우리 몸은 석기시대>(2011)의 저자들은 여드름이 문명병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여드름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남성에게서 사춘기의 폭발적인 남성 호르몬의 분비는 피지 생산을 왕성하게 하는데, 여기에 프로피오니라는 이름의 박테리아가 관여한다. 이것들은 피지를 피부 표면으로 보내는 모낭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피지 생산이 활발해지면 프로피오니균 역시 활발히 번식하여 '불쾌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남성 호르몬이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프로피오니균이 더 활발히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상체와 얼굴에 제일 먼저 가장 큰 여드름이 난다.

여성에게도 안드로겐은 '부신'과 '난소'에서 소량 생산된다. 그 양은 남성 혈류에 흐르는 안드로겐의 5%에 불과한 것이지만 문제를 일으키기엔 충분하다. 특히 지독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지방의 양이 극도로 줄어들었을 때가 그렇다.

<우리 몸은 석기시대>의 저자들이 여드름을 문명병으로 보는 근거는 이렇다.

"우리는 기생생물의 위협이 적고 먹을거리가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의 면역계에 가해지는 압박은 예전보다 덜하다. 그래서 우리는 과잉 공급되는 남성호르몬과 타협하기 수월해졌고 면역계에 해로울 정도로 성욕과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음식도 여기에 관여하는 듯하다. 소의 혈액에도 들어 있는, 인체가 적응하지 못한 호르몬들을 함유한 우유 외에 인슐린 수치를 높이는 농축 탄수화물도 여러 단계를 거쳐 피지 생성을 증가시키고, 그럼으로써 여드름 생성을 부추킨다." 이들은 '우유와 농축 탄수화물', 우리 식생활의 구성 요소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얼굴에 피어 있는 열꽃을 보고 그녀가 생리불순으로 고생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그녀가 어떤 식습관을 갖고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성인 남성 한 명을 치료하는 것이 부인 열 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왜 그러한가?"
"여자는 본디 남자보다 욕심이 많아 병이 배로 잘 걸리고 질투, 성냄, 연민, 애증이 깊어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여 병의 뿌리가 깊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의 저자 루안 브리젠딘이 동의보감을 보면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양의 오래된 통찰에는 깊이 공감할 수도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여자들의 침묵에는 뇌 회로 때문이다. 공포, 분노, 공격성을 담당하는 중추인 편도가 남자보다 더 작은 데 비해, 이를 억제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여자가 더 크기 때문에 여자들은 자연히 분노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해내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 아니라 뇌 회로가 종종 그런 반응을 방해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런 회로가 진화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그는 "분노를 자제함으로써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테면 여자의 분노는 종종 식량조달자인 남자들의 극단적인 반응을 더 많이 유발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설명도 있다. 소가 여분의 위를 통해 음식물을 반추하는 것처럼 여자들은 감정을 억제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는 회로를 발전시킨 것이다. 식량조달자인 남자가 떠날 때의 상실이나 고통을 미리 예견함으로써 분노를 자제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그 이유는 검증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수렵채집의 사회에서 여성들은 종종 남성들보다 덜한 노동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채집할 수 있었다. 아직 수렵채집 생활을 유지하는 부시먼 족의 주식량인 몬곤고콩의 채집은 여성이 주로 맡고, 이누잇족의 주식량인 생선잡이도 굳이 남성의 강한 근육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감정은 뭔가 특별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들의 뇌는 매순간 흔적을 추적하고, 타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며, 얼굴 표정을 읽어내고, 목소리의 톤을 해석하고, 감정적 뉘앙스를 평가하는 데 능하다. 이를 종종 '육감'이라고도 표현한다. 육감이 발달한 여성의 감정은 그 뿌리가 심원하고 다채롭다. 그렇기 때문에 '질투, 성냄, 연민, 애증이 깊은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들의 정서적 스트레스를 이해하기란 그래서 어려운 것일까? 루안 브리젠딘의 책은 뇌과학과 관련하여 많은 해답을 준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알랭 드 보통이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불안에 대한 해법이란 단순하다. 자신의 지위가 '한 가지 기준'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역사의 여러 층위에서 보통이 보여주는 인물들이란 "이성을 중요시 여겼던 철학자"."명예를 중요시 여겼던 중세의 신사", "용맹을 중요시 여겼던 전사", "자신의 재능으로 한 분야의 성공을 이룬 능력가", "자유로운 관념을 중요시 여겼던 보헤미안" 등이었다. 이들이 인정받기를 강박적으로 집착한 주제는 제각기 달랐고, 보통은 독자들이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을 위로하길 바랬을 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부'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19세기에 영국인들 역시 그러했는데 이에 대하여 매슈 아널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뭔가를 이렇게 굳게 믿기도 힘든 일이다." 그가 보기에 당시 영국인의 열에 아홉은 큰 부가 위대함이나 행복의 증거라고 믿었다. 여기에 대하여 보통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러스킨의 부에 대한 관점이다.

러스킨에게 "부"란 친절 호기심, 감수성, 겸손, 경건, 지성 같이 뭐든지 풍부한 상태를 의미했다. 그는 부에 관심을 가졌고 강박관념도 가졌다. 러스킨 같은 부에 대한 집착이 건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통은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물질적 축적은 그저 우리 삶의 방향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잘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고민하는 것을 이해하는 일이 제일 중요할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도움을 줄 지도 모르겠다.


"수십년간 과학자들이 스트레스의 맹윙 맞서 우리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입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일들이었다. 푹 쉬고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 우리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 혹은 종교 단체와 각종 공동체 그리고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며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

브루스 맥쿠엔 역시 스트레스에 대하여 새폴스키와 같은 입장을 내어 놓는다. "먼저 완전히 이해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나에 대한 근사한 이야기는 아무 것도 듣지 못할 거야." 그가 8장에서 전해주는 '스트레스에 맞서는 방법'들은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처럼 마치 너무도 대중적이고 친숙하여 그다지 새롭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의 부탁처럼 '스트레스'를 완전히 이해한다면 그가 제시하는 대안들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을 것이다.

허준은 의자(醫者)가 여성을 진찰할 때는 "늘 월경을 물으라"고 했다. 허준이 생각하는 '월경'에는 그 여자의 '먹는 것,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따위가 다 집약되어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월경'을 물어봄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환자의 정보는 단순히 '월경'만이 아니었다. 그 역시 할머니의 가르침 같은 뻔한 말을 제시했다. 잘 먹고 잘 잘고 잘 쉬고 마음을 편히 먹는 것.


"스트레스는 우리를 배고프게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스트레스는 우리가 먹은 음식이 신체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지방이 쌓이는 장소를 결정한다. 건강에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엉덩이나 허벅지 주변의 군살과는 달리, 복부 중앙에 쌓인 지나친 지방은 당뇨병 및 심장질환의 위험요소이다. (…) 복부 지방은 코티졸(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만성 스트레스는 더 많은 지방이 신체의 고위험 지역, 특히 복부에 더 쉽게 추적되도록 만든다."

"스트레스와 코티졸 수치 상승은 여성의 복부 지방을 증가시키는데, 정상적으로 체중이 증가할 때는 보다 안전한 장소인 둔부에 살이 붙는 경향이 있다."


"최근 우리를 괴롭히는 질환들에 대한 의학적 인식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면, 신체와 정신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인식, 감정과 성격이 실제로 신체의 모든 세포의 기능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를 다른 사람에 비해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스트레스의 역할, 우리 중의 일부가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것 그리고 질병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결정적인 견해가 그러한 것들이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마음이 무슨 힘이 있을까? 이 물음에 오랫동안 천착한 동서양의 오랜 의가들은 시대를 달리하며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마음은 몸을 갉아먹을 수도 혹은 위로할 수도 있다.' 갈렌은 네 종류의 체액에 따라 사람의 기질이 결정되며, 이를 반영한 세익스피어는 <리처드2세>에서 '분노에 불타는 제군들에게 자신의 담즙질을 잘 처리하도록 부탁'했다. 이제마는 각자의 체질에 따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최우선으로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태음인은 항상 겁내는 마음을, 소양인은 항상 두려운 마음을, 소음인은 항상 불안정한 마음을, 태양인은 항상 급박한 마음을 경계하면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마음의 영향력은 역사의 다른 층위에서 다른 용어로 기술되곤 했다.

<스트레스>의 저자 로버트 새폴스키의 가장 큰 공은 "불투명한 스트레스"의 개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그 작업의 시작은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다양한 호르몬들과 뇌 부위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되도록 쉽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스트레스와 특정 질환들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어 광범위한 영역에서 마음의 영향력이 뻗침을 보여줬다.

특히 7장은 생리를 잃어버린 여성들이 꼭 놓치지 말아야할 장이다. 스트레스는 배란을 억제하고, 생리를 늦추고, 성욕을 감퇴시키고,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 이 모든 인과는 명확하며 그 과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여성이 스스로 갖고 있는 스트레스를 보다 더 잘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위로의 작업이고 확신의 작업이다.

18장에서는 새폴스키가 추천하는 '스트레스 관리'들이 나열되어 있다. 몇은 대중적인 것이고 몇은 낯선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 습관을 들이더라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새폴스키는 말한다. 그에게서 그 한 가지란 '운동'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마음이 얼마나 강력하게 몸을 갉아먹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동양 의학의 오래된 관찰 중에 '남성스러운 기질'을 타고난 여성을 포착해내는 몇 가지 징표들이 있다. 이를테면 "키가 크다거나, 피부색이 검다거나, 살결이 거칠다거나, 어깨가 발달했으나 골반이 작다거나, 얼굴형이 네모나거나, 광대뼈가 발달했거나, 코가 크다는 것"들이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BC 4세기 전부터 기록되어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전해져왔다. 당시의 관념은 이러했다. '남성스러운 기질'을 소유하고 있는 여성은 자신의 '고유한 성 기능'이 방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준 역시 이런 문제에 집착했다. 그가 엮은 동의보감 <부인>편의 중심 주제는 "임신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경이 고른 것이 중요"했고, 그가 생각하기에 '월경이 고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여성의 외관'은 "지나치게 뚱뚱하거나, 너무 여위거나, 얼굴이 너무 곱게 생겼거나, 너무 험상궂게 생긴 여자"를 의미했다.

현대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성화'의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외형을 언급한다. '남성화'란 여성에게서 안드로겐이 증가하여 나타나는 신체 모습의 변화를 싸잡아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음성이 굵어지거나 유방이 위축되거나 근육질이 증가하거나 음핵이 비대해지거나 음모 주위의 털이 많아지거나 하는 것이다. 인상이 험상궂어질수록 난소나 부신의 종양을 의심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친숙하고 현실적인 원인들도 있다. 술 한 두잔은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증가시킬 뿐더러 프로락틴을 분비시킨다. 담배 한두 모금엔 여성 호르몬에 반대되는 물질이 들어 있어 남성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당지수가 높은 허접한 음식들로 허기를 채우는데 급급한 식생활 역시 인슐린의 분비를 폭주케 하여 결과적으로 활성형 안드로겐의 수치를 더 높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생리가 늦어질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루이스 프타슥은 생체시계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4시간 마다 자전하는 지구에서 진화해왔다. 우리 내부의 시계는 우리가 잠자고 깨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누군가 아프리카 오지체험을 갔다오고 나서 "이렇게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들어온다는 세상에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집단들은 그 고마운 '빛'으로 인해 밤의 수면을 포기하고 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다 높은 보수와 복지에도 측은함, 안타까움, 동정감 같은 것이다.

19세기에 전기와 가스등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간사회가 구할 수 있는 조명이라곤 태양을 제외하곤 극히 드물었다. 식물 기름, 불, 골풀 양초, 고래 기름으로 만든 양초 따위였고 그렇기 때문에 고맙게도 인간의 활동은 낮 시간에만 한정될 수 있었다. 해가 뜨면 밭으로 나가 삶의 터전을 일구었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휴식하고 이내 잠들었다.

이들의 생체시계는 곧 자연이 주는 빛과 거의 일치했다. 동양의 오래된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빛에 순응된 삶'과 '건강'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현인들이 전해주는 양생의 술이란 "해가 길어지는 봄과 여름에는 잠자리에 늦게 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해가 짧아지는 가을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며, 본격적으로 해가 짧은 겨울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늦게 일어나는 것"으로 단순했다.

1992년 일본에서 122명의 교사, 67명의 직장인, 377명의 간호사, 133명의 교대 공장근무자, 67명의 유흥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불규칙한 생리주기의 유병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교사의 13.1%, 직장인의 14.9%, 간호사의 24.9%, 공장근무자의 36.8%, 유흥업소종사자의 40.3%가 생리불순이었다. 어떤 이들은 생리가 빨라지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느려지기도 했다.

밤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리가 불순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규칙한 교대패턴 혹은 수면이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여?' '밤일을 한다는 자기 내면의 이질감?'

이들은 오히려 '빛'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야간의 수면에서는 프로락틴과 멜라토닌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프로락틴은 젖분비 호르몬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발되기도 한다. 어떤 경로로 분비됐든 프로락틴은 여성 생식의 전반적인 단계를 억제한다. 해가 짧은 지역의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대체로 늦는 것이 이와도 관련이 있다. 야간에 일을 하는 여성들이 낮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느라고 시간을 보낸다면 이들은 언제 태양과 같은 밝은 빛을 보는 것일까?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전체인구의 8%로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전체 성인인구의 65%가 과체중인 '비만의 제국'인 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률이 이들과 비슷하다는 것은 조금 억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의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기 이전'부터 주식이 탄수화물이었다. 현재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단에서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은 65:15:20 정도로 탄수화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수천년간 밥을 주식으로 해온 우리 민족이 급격히 탄수화물의 비중을 높인 민족과 비교했을 때 유리한 점이 있다면 인슐린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당질 섭취 후 두 시간 후 혈당이 140mg/dl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인슐린이 30단위 분비되었고, 누군가는 150단위가 분비되었다면 전자의 사람은 인슐린의 작용이 보다 효율적인 것이다. 수천년간 우리 민족은 탄수화물의 비중이 높은 대식을 했음에도 인슐린이 효율적으로 작동했고, 그만큼 강도높은 노동을 했기 때문에 비만이 되기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젊은 여성들의 식습관 패턴은 복부비만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다. 이들은 끼니 때마다 밥을 꼬박 챙겨먹지 않더라도 허기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주전부리를 챙겨먹는다. 주전부리의 대부분은 허접한 음식으로 당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들이다. 또한 이들은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스트레스의 정도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높다. 

  누군가는 빵, 케이크, 초콜릿, 과자 따위의 음식을 자제하지 못하고 탐닉하기도 한다. 고상한 의미에서 이들을 '탄수화물 중독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래의 항목 중 세 개 이상이면 위험성이 높고, 일곱개 이상이면 이미 탄수화물중독증이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도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배가 고프다.
밥, 빵, 감자침, 햄버거, 단 음식 등을 먹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음식을 금방 먹은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다.
음식을 보거나, 냄새 맡거나, 상상만 해도 먹고 싶은 자극을 받는다.
가끔 계획했던 일이나 약속 등을 저녁식사 후 게을러져서 취소하곤 한다.
정말 배고프지 않은데도 먹을 때가 자주 있다.
밤에 잠들기 전에 뭘 먹지 않으면 잠들기 힘들다.
식사 때 배불리 먹으면 나른하고 힘이 없다.
오후 3~4시쯤 되면 피곤해지고 배고프다.
배가 불러 거북한 데도 계속 먹는다.
다이어트를 계속하는데도 그때붙이고 다시 살이 쉽게 찐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박용우 교수의 신인류 다이어트 중

  그 결과 여성은 팔다리는 마르지만 배는 똥냥하게 나온 거미형 체형이 된다. 상체, 특히 배에 집중된 비만일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예전과 같이 혈당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진 것이다. 췌장을 혹사하여 인슐린을 뿜어내고, 비례하여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의 생산이 감소한다. 이는 활성형 안드로겐을 더 많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여성 생식은 억제될 수 있다.


어떤 이가 그랬다. "월경의 가장 놀라운 점은 주기성이야,  달이 차고 기우듯 운명을 같이 하니 낭만적이기까지 하지."

그럴지도 모른다.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반복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의 기능적 상호관계는 월경의 '주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주기'는 어떤 요소든지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완벽히 아름다운 규칙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월경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종인 인간으로서 '주기의 규칙성'과 '건강'을 연결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의학의 오래된 관찰은 '주기'에 주목해왔는지도 모른다. "주기가 늦어졌는지, 혹은 빨라졌는지, 출혈의 기간이 길어지진 않았는지 혹은 너무 짧아졌는지" 허준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에겐 필히 월경을 물어라"

주기성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지방의 과소'가 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월경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체지방이 체질량의 22%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여성에게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안드로겐이 위력을 발휘한다. 원래는 말초조직, 주로 지방조직에서 안드로겐은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지방의 양이 적어지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비록 남성의 5%에 불과하지만 주기성을 위협하긴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의 상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의 상한보다는 오히려 지방의 분포가 더 중요하다. 상체에 집중된 비만일수록 비례하여 생리불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체비만의 경향이 있을수록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의 생산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SHBG는 특히 테스토스테론과 친밀히 결합함으로써 활성화된 테스토스테론의 양을 조절한다. 따라서 SHBG의 생산이 감소한다는 말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안드로겐의 양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충분히 월경의 주기성을 압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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